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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안전진단 중 붕괴…'기본 수칙 무시'가 빚은 인재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는 노후 시설의 구조적 결함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붕괴 전조를 감지한 후에도 지지대 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채 진행된 부실 안전진단이 인명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 기본 원칙만 지켰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에서 26일 발생한 붕괴 사고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장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노후 시설의 구조적 결함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안전관리 기본 원칙을 외면한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붕괴 전조 현상을 감지한 이후에도 적절한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채 위험한 작업을 강행한 점이 인명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는 교각 위의 거더(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 철근과 콘크리트 부식이 예상보다 심한 경우다. 60년 된 고가차도의 노후화로 인해 내구도가 크게 떨어진 거더가 철거 과정 중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슬래브 절단 후 거더의 균형이 깨져 옆으로 넘어지는 경우다. 평상시 슬래브가 거더 전체를 덮고 있다가 철거 과정에서 거더 면적에 맞춰 절단되면서, '工' 모양으로 얹혀 있어야 할 거더가 'H' 모양으로 변형되어 자체 하중을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더욱 심각하게 지적하는 것은 사전 안전진단 과정에서의 부실이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의 최명기 교수는 "무너질 때는 당연히 밑에서 거더가 무너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며 "지지대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슬래브 침하라는 명백한 붕괴 전조 현상을 감지한 이후에도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론을 활용하는 대신 500킬로그램에 달하는 성인 6명이 직접 거더 내부로 진입하는 무모한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안전 진단 과정 자체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건국대 건축학과 전 학장 안형준 교수는 "안전장치 없이 안전진단을 하다가 안전사고가 난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병에 걸려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안전 진단하는 사람들의 안전장치, 헬멧, 추락 방지용 장치 등이 필수적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안전에 대한 매뉴얼만 지켰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구조적 결함이 아니라 안전 관리 기본 원칙의 무시로 인한 '인재(人災)'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사전에 붕괴 위험 신호를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기본적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사고 직후 여야 정치권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현장에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모두 현장을 방문해 사고 수습과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안전에 대한 대비 없이 공사를 한 게 아닌지 따져보겠다"고 언급하며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신속한 현장 수습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비한 현장 안전조치를 진행하면서 소방, 경찰, 철도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수습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망자 유가족에 대해 생활안전지원금 지급 및 전담 공무원 배치 등의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사고는 노후 인프라 관리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안전 진단 과정에서의 철저한 안전 관리의 필수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기본적인 안전 수칙과 장비 설치만으로도 예방 가능했던 사고인 만큼, 향후 유사한 대규모 인프라 철거 작업에서는 더욱 엄격한 안전 기준 적용과 사전 진단 과정에서의 보강 조치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