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형사책임 성립 기준은 무엇인가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으로 정용진 회장이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법조계는 형사 책임 성립을 위해 피해자 특정, 비하 의도 입증, 사회적 평가 저하 등 엄격한 법적 요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책임 인정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법조계는 이들에 대한 형사 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엄격한 법적 요건들을 지적하고 있다. 경찰이 현재 두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를 검토 중인 상황에서 법전문가들은 단순한 비윤리적 표현을 넘어 구체적인 법적 요소들이 충족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장을 포함한 스타벅스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 여부는 피해자 특정, 비하 의도의 입증, 사회적 평가 저하 여부 등 여러 단계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가 지난 18일 텀블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나 유족 등을 비하했다는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됨에 따라 수사가 시작됐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가 성립하려면 먼저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다. 이는 마케팅 문구를 접한 사람이 그 표현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특정 집단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체적 사실 적시를 통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거나 비하·경멸 등 모욕적 성격을 띠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려는 고의 역시 명확히 입증돼야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 특정 여부가 가장 먼저 규명돼야 할 쟁점이라고 지적한다.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문제가 된 문구가 비하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한 후에야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의 책임 여부를 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되면 마케팅 문구를 작성한 실무자를 주범으로 보고 정 회장 등 결재라인을 공범으로 묶을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과거 대법원이 특정 직군을 상대로 한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쟁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태가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경건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표현 자체에 욕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도 아니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인숙 변호사는 날짜가 특정되고 '탱크'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상 누구나 그 의도를 알 수 있으며, 유족들에게 슬픈 날을 마치 축제처럼 만든 것으로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정 회장과 손 전 대표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형사전문 변호사는 실무진에게는 처벌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과거 세월호 추모 기간에 관련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회장 등 윗선에도 처벌 가능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고의성이 없었다는 스타벅스 측 입장이 터무니없게 들리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는 고의성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상식적으로 정 회장 등이 5·18 피해자나 유족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이러한 법적 요건들이 얼마나 충족되는지가 최종 판단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