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반도체 클러스터, 수도권 배제 조항으로 '위기' 직면
경기도가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의 '수도권 외 지역' 요건으로 인해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가 메가클러스터 지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정부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78%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는 만큼 소부장 협력업체와 글로벌 장비기업의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가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에 포함된 '수도권 외 지역' 요건으로 인해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가 메가클러스터 지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정부에 재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 중인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에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지정 신청 요건으로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과 함께 '수도권 외 지역일 것'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이 확정되면 용인, 평택, 화성, 이천 등 경기 남부에 위치한 기존 반도체 생산 거점과 신규 투자 예정지가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절대적 중심지다. 도내에는 국내 반도체 출하액의 78%, 부가가치의 84%, 종사자의 68%가 집중돼 있으며, 전국 반도체 산업기술인력의 59%도 경기도에 몰려 있다. 정부도 앞서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조성 계획을 제시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시행령안이 확정되면 이러한 기존 공급망과 투자 계획이 정책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업체들이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의 투자 일정에 맞춰 생산시설을 확충해 온 중소·중견기업들이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의 한 반도체 장비업체는 대기업 생산라인 증설에 맞춰 설비 확충을 검토해 왔으나, 수도권 배제 요건이 반영될 경우 정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발표와 투자 로드맵에 맞춰 공장 증설을 준비해 왔다"며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 투자 계획을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미 자금을 투입한 중소·중견기업일수록 금융 부담과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의 한국 투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SML,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주요 국제 장비기업들은 경기도에 연구·생산 거점을 확대해 왔다. 시행령 단계에서 기존 반도체 집적지를 배제하면 한국 투자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부지 확보와 인허가, 팹 건설, 장비 반입, 시험생산, 협력사 입주, 전문인력 양성까지 단계별로 장기간에 걸쳐 조성되는 산업 기반이다. 이미 형성된 공급망과 인력풀이 정책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 신규 투자와 인력 양성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리적 쟁점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일부 신청 요건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만, 법 본문에는 '수도권 제외' 규정이 직접 명시돼 있지 않다. 시행령만으로 특정 지역의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비수도권 반도체 산업 육성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수도권을 원천 배제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는 비수도권에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기존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핵심 전략산업"이라며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도내 기업과 협력업체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계 의견을 정부에 적극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 관계자는 "시행령 발표 시기와 내용은 정부 내 협의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