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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멕시코 관세 협정 체결, 트럼프 압박에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

EU와 멕시코가 22일 무역협정 개정안에 서명하며 상호 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속에서 미국과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멕시코 관세 협정 체결, 트럼프 압박에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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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멕시코가 22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8차 정상회의에서 상호 관세를 대폭 낮추는 무역협정 개정안에 서명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체결한 이번 협정은 2000년 이래 체결된 기존 협정을 보완·확대한 것으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 속에서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무역과 투자 분야에 남아 있던 장벽 대부분을 제거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시대에 교역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국제적 움직임의 일환이다.

이번 협정의 가장 주목할 점은 양측이 구체적인 산업별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타격을 입은 자동차 부품 분야의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특별 조치를 취했으며, 파스타·초콜릿·감자·통조림 복숭아·달걀·일부 가금류 제품 등에는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멕시코는 유럽연합 특정 지역 특산품 수백 종에 대한 원산지 명칭 보호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샴페인과 파르마 햄처럼 특정 지역 이름이 붙은 유럽 농식품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는 조처다. 이러한 세부 조항들은 단순한 관세 인하를 넘어 양측이 얼마나 구체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율했는지를 보여준다.

멕시코가 이러한 협정에 서명한 배경에는 미국과의 통상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다.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해 미국 시장과 강하게 연결돼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반복적인 관세 압박을 받아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관세 공세 속에서 '다른 지평을 열어야 한다'며 교역 다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며, 이번 협정은 그러한 정책 방향의 구체적 실현이다. EU 역시 최근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부분의 유럽산 제품에 15% 관세를 적용받기로 하는 등 대미 통상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갈수록 심화하는 불확실성과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심화·현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협정이 단순히 미국 의존도 감소뿐 아니라 중국 공급망 의존도 축소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EU 관계자는 '멕시코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도 줄이려 하고 있으며, 유럽 역시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단순히 미국 중심의 통상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다층적 구조 변화를 반영한다. 유럽연합과 멕시코가 관세 장벽을 낮추면 멕시코를 북미 생산 거점으로 삼는 유럽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정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기준 한국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4%와 17.3%이며, EU 비중도 9.9%에 이른다. 자동차·배터리·전자 등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이 미국 시장과 중국 공급망, 유럽 수요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뜻이다. 멕시코에는 삼성전자·LG전자·기아·포스코 등 한국 기업 약 500곳이 진출해 있어, 북미 시장을 겨냥한 한국 기업들도 경쟁 환경 변화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도 교역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글로벌 경제 질서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별·국가별 전략적 파트너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