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빌라·다세대 공급 절벽 해소 위해 매입임대 9만호 추진
정부가 2027년까지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중 6만6000호를 서울과 경기 규제지역에 집중 공급한다. 모듈러 공법 도입, 매입 기준 완화, 금융 지원 강화 등을 통해 비아파트 시장의 공급 절벽 해소에 나섰다.

정부가 아파트 중심의 주택 시장에서 소외된 빌라, 다세대, 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의 공급 위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호를 공급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중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규제지역에 6만6000호를 집중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년간 같은 지역에 공급된 물량 3만6000호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비아파트 시장의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을 인식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매입임대주택은 공공이 주택을 매입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는 제도로, 이미 지어진 주택을 사는 '기축 매입' 방식과 민간 사업자가 신축하는 주택을 완공 후 매입하기로 미리 계약하는 '신축 매입 약정' 방식으로 나뉜다. 정부는 규제지역 물량 6만6000호 중 신축 5만4000호와 기축 1만2000호를 공급할 예정이며, 특히 신축 물량은 지난 2년간 3만4000호에서 2만호 증가한 규모다. 비아파트는 신축 아파트에 비해 공급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주거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정부는 '모듈러 공법'을 신축 매입 사업에 도입하기로 했다. 모듈러 공법은 주택의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부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기를 30%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한 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매입 물량 확보를 위해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기존에는 건물 전체를 매입해야 했으나, 이제는 한 동의 일부 가구만 매입하는 '부분매입'도 허용된다. 서울의 최소 매입 기준은 19호 이상에서 10호 이상으로, 경기도는 50호 이상에서 10호 이상으로 완화되어 더 많은 건물을 매입할 수 있게 됐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금융 지원도 대폭 강화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확보 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높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대출 보증을 확대해 사업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토지비의 10% 수준까지 낮췄다. 즉 사업자는 사업 초기에 땅값의 10%만 있으면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사비 지급 방식도 개선돼, 기존의 골조공사 후 60%, 품질점검 단계에서 30%, 준공 시점에 10%를 주는 3단계 방식에서 공사비의 90% 한도 내에서 3개월 단위로 공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는 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크게 줄여 사업 추진을 용이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러한 대책을 추진하는 배경은 비아파트 시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2023~2025년)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10년 평균의 20~30% 수준에 불과해 공급이 급격히 감소했다. 신축 공급 부족으로 월세도 상승하고 있는데,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비아파트의 전·월세 가격 지수 변동률이 올해 4월 0.36%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 0.1%보다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1차관은 "규제지역에는 민간 비아파트 공급이 장기평균 이상으로 회복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일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중장기 관점에서의 과제를 지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매입임대 증가가 아파트 전세 임대 물량 감소를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 사기 우려가 없고 계약 만료 시 임대보증금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중장기적으로 민간 공급자의 자생력 회복이 관건이며, 공공 의존도가 심화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면서 민간 비아파트 시장이 자생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금융, 세제, 임대사업 제도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