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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전범' 언급 외교 논란, 국익 부합성 의문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 총리를 ICC 전범으로 언급한 발언이 외교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 보호라는 취지는 있으나 국제 외교 관례상 과도하며, 푸틴 대통령 등 다른 사례와의 일관성 문제와 한·이 관계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과 관련된 발언을 하면서 외교적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 활동가 등이 탑승한 팔레스타인 가자행 구호선단 나포에 대해 비판하던 중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전범으로 인정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 아니냐"며 "우리도 (체포 여부를) 판단해보자"고 발언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외국 정부 수반을 전범으로 표현한 것은 외교 관례상 유례가 없는 일이며, 국민 보호라는 취지가 있더라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ICC는 2024년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 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럽의 일부 국가는 ICC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미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영장 발부에 관여한 판사 2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국제 질서를 움직이는 것이 정의만이 아닌 현실의 힘의 논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성 없는 발언으로 외교적 갈등만 심화시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욱 복잡한 문제는 이 대통령의 논리를 동일하게 적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모순이다. 2023년 우크라이나 아동 유괴 혐의로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발언의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향후 한·러 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이나 푸틴 대통령의 한국 방문 추진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이 외교적 일관성의 문제를 드러낸다. 국제 외교에서 선별적 기준 적용은 신뢰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최우선 책무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억류된 한국인 국민을 구출하려는 대통령의 신념 자체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외교 당국 차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직접 나서는 방식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외교부 라인의 외교안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대통령의 발언 이전에 충분한 검토와 조율이 이루어졌는지 하는 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러시아 등이 이스라엘에 미치는 영향력과 현재의 국제 정치 구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언사가 과연 국익을 우선하는 실용 외교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과거 사례들은 신중하지 못한 외교 언사가 얼마나 오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5년 일본의 역사 왜곡과 관련해 "버르장머리 고쳐주겠다"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한 이후 한·일 관계가 상당 기간 경색된 사례가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캄보디아, 이스라엘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가 외교적 파문이 일어난 전력이 있다. 고도의 전략적 판단과 신중함이 요구되는 외교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과도한 언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강해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억류되었던 우리 국민이 석방되었다는 사실이며,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 지구에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비인도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