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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가 언급한 TSMC 성과급 제도, 실제는 '다른 구조'였다

삼성전자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거론한 TSMC의 성과급 체계는 영업이익 대비 10%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이사회의 재량으로 매년 결정하는 유연한 구조다. 반면 삼성은 노사 합의를 통해 사업성과의 10.5%를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방식을 선택했으며, 이는 업계 전반의 보상 눈높이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 노조가 언급한 TSMC 성과급 제도, 실제는 '다른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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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 개편에 잠정 합의하면서 총파업 위기를 넘겼다. 노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기로 합의했으며, 부문별로 최대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협상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삼성전자 노조가 거론한 대만 TSMC의 성과급 체계와 삼성의 새로운 제도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파업이라는 당면한 위기는 피했지만, 성과급의 고정비화와 업계 전반에 걸친 보상 눈높이 상승이라는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TSMC가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의 규모는 상당하다. 지난 2월 TSMC 이사회는 직원 사업성과 보너스와 이익배분 총액으로 2061억4592만 대만달러(약 9조원)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분기별 성과 보너스로 이미 지급됐고 나머지 절반은 이익배분 형태로 7월에 지급될 예정이다. 대만 내 임직원 약 7만8000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약 264만 대만달러, 즉 1억원대의 성과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다. 전체 임직원을 기준으로 나눠도 1인당 수천만원대 후반에서 1억원 안팎의 성과 보상이 주어진다. TSMC의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총액 비율은 약 10%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TSMC 사례를 거론한 것은 바로 이 '영업이익 대비 10% 이상'이라는 비율 때문이었다. 노조는 글로벌 경쟁사도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직원 보상에 쓴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노사 합의로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고정하고 지난해 PS 상한제를 폐지한 점도 삼성전자 노조 요구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TSMC의 실제 보상 제도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TSMC는 매년 이사회가 실적, 현금흐름, 투자 계획, 주주환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액을 결정한다. 성과를 크게 나누되, 지급률 자체를 제도적으로 고정하지 않는 유연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TSMC가 1987년 창립 이후 사실상 무노조 경영 기조를 유지해온 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방식은 TSMC와 달랐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고 지급률 상한을 두지 않는다. 재원은 DS부문 공통 40%, 각 사업부 60%로 나뉜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향후 10년간 적용되며, 2026~2028년에는 매년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2029~2035년에는 매년 100조원 달성이 조건이다. 올해 1월 공지된 2025년도분 OPI 확정 지급률은 DS부문 기준 47%로, 전년도 14%에서 세 배 이상 오른 수치다. 직원 평균 급여 1억5800만원에 47%를 적용하면 1인당 OPI 추산액은 약 7426만원으로, 단순 계산상 TSMC의 절반 수준이다.

DS부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규모가 훨씬 커진다. 2025년 말 DS부문 인력은 7만8064명이며, 업계에서는 실제 OPI 지급 총액이 4조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개인별 연봉과 직급 구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단순 계산과 실제 지급액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번 잠정 합의로 삼성전자 DS부문의 성과급 체계는 기존보다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서 메모리 사업 실적이 개선될 경우 직원 보상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는 성과급이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급되는 보상을 넘어 사실상 '준고정비'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스마트폰, TV, 가전, 하만 등 여러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데, 파운드리 단일 사업 구조인 TSMC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합의가 삼성전자 안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계속돼왔는데,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유사한 구조의 합의가 나오면서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주는 '보상 도미노'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임금·보상 체계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클 전망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 '삼성도 이만큼 주는데 우리도 달라'는 식의 비교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자동차, 배터리, 조선, 정유화학 등 주요 업종에서도 호황기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되풀이돼왔다. 경영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인재 경쟁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사례를 산업 전반의 기준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잠정 합의 직후 파업을 피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