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신약 발견까지 자동화한다...로빈 시스템 개발
퓨처하우스 연구팀이 개발한 AI 시스템 '로빈'이 과학적 발견의 전 단계를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문헌 검색과 데이터 분석을 통합해 가설 생성부터 실험 설계, 결과 해석까지 독립적으로 수행하며, 건성 나이관련황반변성 치료제 발굴에서 기존에 미처 주목받지 못한 약물 후보를 발견했다.

과학적 발견의 모든 단계를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대가 열렸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퓨처하우스 연구팀이 '로빈'이라는 다중 에이전트 AI 시스템을 개발해 과학 발견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가설 생성부터 실험 설계, 데이터 분석, 결과 해석에 이르기까지 기존에는 과학자들이 수행해온 모든 단계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로빈 시스템의 핵심은 문헌 검색 에이전트와 데이터 분석 에이전트를 통합한 구조에 있다. 시스템은 먼저 과학 논문과 기존 연구 데이터를 검색해 연구 가설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제안한다. 이후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해석한 뒤, 새로운 가설을 도출하는 반복적인 순환 구조를 통해 '반자율적 과학 발견'을 구현했다. 이는 관찰, 가설 생성, 실험, 데이터 분석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의 기본 단계를 모두 자동화한 첫 번째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빈의 실제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선진국에서 실명의 주요 원인인 건성 나이관련황반변성(dAMD) 치료제 개발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로빈은 망막색소상피세포의 식작용을 강화하는 것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생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리파수딜과 KL001이라는 두 가지 후보 물질을 제안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리파수딜의 경우 로크 키나제 억제제로 임상에서 이미 사용 중인 약물이지만, 건성 나이관련황반변성 치료에 대한 가능성은 지금까지 제시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로빈의 제안으로 처음 이 약물이 해당 질환의 치료 후보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리파수딜이 식작용을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로빈이 제안한 추가 실험을 수행했다. RNA 염기서열 분석 실험을 통해 ABCA1이라는 지질 유출 펌프가 상향조절되었음을 발견했으며, 이는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연구의 모든 가설, 실험 방향 설정, 데이터 분석, 그리고 최종 결과 도표가 모두 로빈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단순한 데이터 처리 도구를 넘어 과학적 사고와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까지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연구는 AI 기반 과학 발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로빈은 '랩 인 더 루프' 프레임워크, 즉 AI와 실제 실험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신약 후보를 자동으로 발견하고 검증하는 첫 번째 시스템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인간의 직관이나 편견으로 인해 놓쳤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시스템은 생물학 분야에 특화되어 있으며, 다른 과학 분야로의 확대 적용 가능성과 규제 체계 정비 등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이 연구는 퓨처하우스, 옥스포드 대학, 포드엄 대학 등 여러 기관의 연구팀이 협력해 이룬 성과다. 논문의 저자들은 Ali Essam Ghareeb, Benjamin Chang을 포함한 13명이며, Andrew D. White, Michaela M. Hinks, Samuel G. Rodriques가 공동 감독을 맡았다. 이번 발견은 인공지능 기술이 기초 과학 연구에 어떻게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향후 신약 개발, 질병 연구, 과학적 발견의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