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대통령 총파업 제동, 삼성전자 하루 9000억 손실 위기
이재명 대통령과 수원지방법원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21일 총파업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파업 중에도 필수 인력 7000명을 유지하도록 명시했으나, 업계는 하루 9000억 원대 손실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강행 예정일을 사흘 앞두고 정부와 사법부가 동시에 제동을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헌법상 기본권도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고, 수원지방법원은 같은 날 삼성전자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법원은 파업 기간에도 웨이퍼 제품 변질 방지, 안전보호시설 유지, 생산·연구라인 점거 금지 등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며 반도체 공장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이는 24시간 가동이 필수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투자한 주주들도 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양측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표현했다. 대통령은 '과유불급'과 '물극필반'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힘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협상을 촉구했다. 이는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와 기업의 경영권을 모두 견제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피하게 됐다. 법원이 파업 기간에도 평상시와 동일한 관리 수준을 유지하도록 명시함으로써 약 7000명(반도체 직원 중 8%)의 필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임시방편이 모든 리스크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남은 엔지니어 등 현장 인력이 24시간 교대조로 투입되면서 신규 장비 셋업이나 정기 설비 예방보전 등 핵심 고부가가치 작업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연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 단위로 돌아가는 반도체 공정의 연속 흐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전후방 라인의 균형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경제적 손실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웨이퍼는 정해진 시간 내에 후속 공정으로 이동하지 못하면 전량 폐기해야 한다는 특성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월 웨이퍼 투입량인 D램 65만장과 낸드플래시 50만장을 전량 폐기한다고 가정하면 D램은 하루 2만 2000장(약 6500억 원), 낸드플래시는 1만 6000장(약 24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하루에 9000억 원의 손실이 누적될 수 있는 셈이다. 18일간의 장기 파업이 강행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공급 절벽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세계 D램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공급망 비상은 곧바로 글로벌 메모리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파업이 종료된 후에도 공정이 원점에서 정상 가동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인력 공백 속에서도 수율을 떨어뜨리지 않을 의무를 노조에 부과했으나, 초정밀 미세공정의 특성상 엔지니어의 숙련도와 실시간 대응이 필수적이다. 파업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공정 변동성이 누적될 경우 파업 종료 후에도 수율을 회복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18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 노사는 성과급을 둘러싼 최종 담판 협상에 돌입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경우 반도체 임직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6억원에 이른다. 반면 사측은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한 채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서면 영업이익의 9~10%를 별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사는 19일에도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