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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업으로 중국 메모리 기업들 '도약의 기회' 노린다

삼성전자의 파업으로 인한 메모리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국제 시장 진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2000년대 키몬다 파산 사례처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 파업으로 중국 메모리 기업들 '도약의 기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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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파업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경쟁사들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메모리 기업들이 이번 공급 차질을 국제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전 세계 D램 공급량의 3~4%, 낸드플래시 공급량의 2~3%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파업 종료 후 생산시설 복구와 최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손실까지 포함한 수치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고객사들이 10개의 메모리를 주문하면 6개만 받을 수 있는 심각한 공급 부족 상황이라며, 이런 여건에서 3% 수준의 공급 차질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에 비해 메모리 공급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램마겟돈'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런 품귀 현상 속에서 삼성전자의 공급 차질은 고객사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대체 공급처를 찾아나가도록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권석준 교수는 삼성전자와 단기 공급 계약을 맺은 고객사들의 재고 수급이 급박하다는 의미이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이미 생산능력을 초과한 상태라면 4위, 5위 업체들까지 기회가 넘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같은 기업들이 이번 기회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CXMT는 세계 4위 D램 제조사로, 지난해 처음 연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상하이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연내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의 공급 차질은 이들 중국 기업들에게 선진국 고객사와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파업 사태가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대외 신인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신뢰 하락이 한국 공급사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해외 공급사의 비중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납기 준수가 최우선인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분야까지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중국과 대만은 삼성전자와 같은 파업 리스크가 없으며, 해외 고객사들은 이를 삼성전자만의 문제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비슷한 리스크가 재발해 제때 납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한국 반도체 업계 전체의 장기계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 3월 18일부터 5월 15일까지 약 두 달간의 주가 변동을 보면 이런 우려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약 29.7% 상승했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샌디스크, 키옥시아 등 주요 메모리 경쟁사들의 주가는 56.9%에서 최대 90.0%까지 훨씬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삼성의 공급 차질을 경쟁사들의 성장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반 메모리 시장의 'D램 치킨게임'에서 도태된 독일의 키몬다와 일본의 엘피다 사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키몬다는 2006년 독일 인피니언에서 분사할 당시 D램 업계 2위였지만, 불황기에 대비할 투자 여력을 비축하지 못한 탓에 결국 2009년 파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업계가 호황기 이익을 모두 나눠버리고 향후 다운사이클을 버텨낼 기초체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키몬다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노사 간 갈등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공급 차질은 글로벌 고객사들의 신뢰를 잃게 하는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의 메모리 품귀 상황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며, 이를 놓치면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