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소외로 4000명 탈퇴 신청…삼성 노조 분열 위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내 DX부문 조합원 4000명이 임금협상 소외를 이유로 탈퇴를 신청하면서 노조의 과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나아가 일부 조합원들이 가처분 신청을 추진하는 등 노노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재계에서는 이것이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이 심각한 내부 분열에 직면했다. 반도체 부문(DS)에 치중된 임금 협상에서 소외된 가전·모바일 부문(DX)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를 신청하면서 노조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DX부문 소속 조합원들의 탈퇴 신청이 4000명에 육박했으며, 이는 DX부문 전체 인원 8500∼9000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 '삼성인은 한 가족'이라고 호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져 나온 대규모 탈퇴 신청은 노사 협상의 재개 시동에도 불구하고 노노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DX부문 직원들의 불만은 명확하다. 현재 진행 중인 임금 교섭이 반도체 부문에만 편중되어 있으며, 자신들의 성과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한 달 새 4000건 이상의 탈퇴 신청이 몰려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파업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적 지연 아닌가"라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내 게시판 등에서는 탈퇴 처리 지연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 노조 내부 신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DX부문 직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협상 테이블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것이 초기업노조 탈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초기업노조의 과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15일 오후 12시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1750명이며, 과반 지위를 유지하려면 전체 임직원의 절반 수준인 6만4000여명 선을 지켜야 한다. 현재 신청된 4000여명의 탈퇴가 확정되면 조합원 수는 6만7000명대로 급감하게 되어, 과반선까지 불과 3000명의 차이만 남게 된다. 남은 DX부문 직원들의 추가 탈퇴가 이어진다면 초기업노조는 과반 노조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조합원 수 감소 문제가 아니다. 초기업노조가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로부터 획득한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할 수 있으며, 내년도 복수 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DS부문 중심의 '반쪽짜리' 노조로 전락하면서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일부 DX부문 조합원들은 현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탈퇴를 넘어 노조의 결정권 자체를 부정하는 집단 행동으로, 노노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DX와 DS 부문 직원들 사이에는 이미 상당한 앙금이 쌓여 있으며, 직원들 간 비방 분위기도 커지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러한 감정의 골이 쉽게 메워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노조 내부의 이러한 갈등은 조직의 응집력을 약화시키고, 향후 경영진과의 교섭에서도 노조의 협상력을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삼성전자의 경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DX부문과 DS부문은 경쟁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여야 한다. DX는 DS에서 생산한 반도체 칩을 토대로 가전제품과 모바일 기기를 만들어야 하고, DS부문 입장에서도 DX부문은 자신들의 제품을 사용하는 주요 고객사다. 특히 양 부문 모두 SK하이닉스, TSMC, 애플 같은 글로벌 빅테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 양측이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도 모자란 상황인데,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면 회사 경영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협상 이후 직원 간의 화합에도 회사가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경영진은 노사 협상의 타결뿐 아니라, 이번 갈등으로 벌어진 내부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