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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 방중, 대만 경고에 경제 성과로 맞대응한 미·중 비대칭 협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대만 관련 경고에 경제 성과 강조로 맞대응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최상위 조건으로 제도화하려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경제 협력 확대 가능성을 성과로 포장했다.

9년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현재의 미·중 관계가 얼마나 미묘한 힘의 균형 속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향해 '쇠퇴하는 나라'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이전 행정부 성과를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하며 정면 충돌을 피했다. 양국 정상이 보인 이러한 대응 방식의 차이는 각자의 정치적 우선순위가 얼마나 다른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관계 관리에 얼마나 신중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아마도 쇠퇴하는 나라'라고 언급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를 자신의 전임자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4년간 미국이 입은 피해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하며 '시 주석이 100% 옳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정상회담 공식 발표문과 시진핑 주석의 공개 발언에는 이러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며, 국제 통신사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표현의 정확한 출처나 발언 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비판적 메시지를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하며 '미·중 대통령 가운데 가장 길고 훌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 주석과 중국 인민을 엄청나게 존중한다'며 '양국과 세계를 위해 많은 크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대만 문제를 직설적으로 경고한 정상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발언상 갈등을 키우는 표현을 철저히 피하고 친분과 협력의 메시지만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도 '대만 문제에 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확인하는 데 그쳤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관리 대상 관계'로 규정하며 갈등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중국은 대만, 미국은 경제'를 우선순위로 삼은 비대칭 협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양국 관계 안정의 전제조건으로 공식화하려 했으며, 시진핑 주석은 대만이 단순한 현안이 아니라 미·중 관계 전체를 좌우하는 최상위 의제임을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진핑 주석의 대만 관련 메시지가 2017년 베이징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강경했다며, 중국이 향후 최소 3년간 '건설적 전략 안정'의 전제조건으로 대만 문제 관리를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이 대만을 양자 관계의 틀에 명확히 연결함으로써 초강대국 관계의 조건을 규정하려 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방중은 외교적 상징성 못지않게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확보해야 하는 정치 일정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항공기 구매 확대를 요구해왔으며, 이란 전쟁 장기화와 생활물가 상승으로 지지율에 부담을 안은 채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시 주석이 나의 엄청난 성공을 축하했다'고 거듭 강조함으로써 대중 협상에서 밀렸다는 인상을 피하고 국내 지지층에 '성과 있는 방문'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굉장했다'고 말한 것은 미국이 중국에 보낸 메시지가 안보 압박이 아닌 시장 접근과 사업 기회 확대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향후 미·중 관계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9월 백악관으로 초청했으며, 11월에는 중국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12월에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양국 정상은 연내 최소 세 차례가 더 만날 계획이다. 이러한 일정들은 미·중 관계가 단순한 경쟁 관계를 넘어 상호 관리가 필요한 복잡한 구도임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향후 미국의 대만 관련 조치가 있을 때마다 '두 정상 간 합의를 훼손했다'고 주장할 근거를 마련했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향후 미·중 관계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