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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과다 배분의 함정…글로벌 기업들의 몰락 신호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영업이익의 15~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성과급 배분으로 경영 위기를 맞은 해외 기업들의 사례가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인텔, GM, 스텔란티스 등은 높은 배당과 성과급으로 미래 투자를 게을리 하거나 경쟁력을 잃었다.

성과급 과다 배분의 함정…글로벌 기업들의 몰락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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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45조원 규모의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해외 주요 기업들의 성과급 정책이 오히려 경영 위기를 초래한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성과급 논란은 단순한 임금 분쟁을 넘어 기업의 미래 투자 전략과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 때문에 기업이 직접 망하지는 않지만, 과도한 성과급 배분이 기업의 유연한 대응을 방해하고 미래 투자를 제약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사례는 이러한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 그룹의 합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2019년 이익공유제를 도입해 영업이익에 연동된 성과급을 지급했다. 호황기였던 2023년까지 3년간 전 세계 직원들에게 60억 유로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노동자들의 사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픽업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로 번 수익을 전기차와 배터리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전에 성과급으로 먼저 배분했다는 점이다. 결국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스텔란티스는 올해 이익공유제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고 선언했고, 노조는 이를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도 비슷한 수렁에 빠져 있다. GM은 스텔란티스와 같은 이익공유제를 시행하면서 2028년까지 93억달러(약 14조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GM의 차량 1대 생산 비용이 현대자동차 등 경쟁사보다 1500달러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인텔도 경고가 되는 사례다. 인텔은 2022년 60억달러에 가까운 배당을 지급했고, 2023년에는 31억달러, 2024년에는 16억달러를 배당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187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들어가면서 2024년 4분기부터 배당을 중단했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뒤처진 인텔이 배당 관성을 유지하다가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한 결과였다.

국내 기업들의 성과급 요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과거부터 영업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이는 임금협상의 협상 카드일 뿐 실제로 명문화된 기업은 없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가 2021년 10년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합의한 이후, 삼성전자, HD현대중공업, 카카오 등 대기업이 잇따라 영업이익의 15~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의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에서 영업이익 기준으로 변경하면 노조가 주주의 몫까지 갖게 된다는 점에서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러한 시도가 글로벌 기준에서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GM이나 유럽의 스텔란티스 같은 기업들도 이익공유제를 시행하지만, 직무 가치와 대체 가능성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직군별 상한을 두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순이익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되, 생산직의 성과급을 연봉의 30%로 상한을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기업들은 인사담당 직원과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생산직 근로자에게 똑같은 성과급을 배분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핵심 인재 영입과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성과급이 과도한 집단 배분으로 비칠 경우 주주 이익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파격적인 성과급 정책이 구성원의 사기를 높이고 동기 부여를 강화할 수 있으며, 의대로 몰리던 이공계 인재를 기술 산업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렇게 유입된 인재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앞으로 3년간 약 27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좋을 때 최대한 많이 벌고 떠나는 인재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성과급 논란은 단기적 보상과 장기적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