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관계 안정화 우선…대만·이란 문제는 신경전 지속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안정화를 우선하면서도 대만과 이란 문제를 둘러해 신경전을 벌였다. 무역 휴전 상태 유지와 '상호주의' 기반 협력을 강조했으나 대만 문제에서는 입장 차이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席이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무역전쟁이 휴전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두 정상은 협력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면서도 핵심 현안인 대만과 이란 문제를 둘러해서는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치열한 전략 경쟁 속에서도 양국이 관계를 일정 수준 관리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 주석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양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이고 양국 관계의 안정은 세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국빈 만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미국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기치가 양립 가능하다며 공존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 부르며 9월 24일 백악관 방문을 초청했다.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이후 미중은 관세와 수출 통제 문제에서 갈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무역 휴전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두 정상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운 점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인들은 중국과의 무역과 사업을 고대하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 측에서도 전적으로 상호주의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중미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호혜와 윈윈"이며 "이견과 마찰에 직면했을 때 평등한 협상이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양국이 일방적 양보 없는 거래와 균형을 관계의 기본 원칙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기술·금융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대거 동행하며 경제 협력 가능성을 부각한 것도 이러한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온도 차는 이번 회담에서도 재확인됐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이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하거나 심지어 분쟁으로 이어져 전체 중미 관계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이전보다 한층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논의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으며, 백악관의 공식 발표 내용에서도 대만 문제는 빠졌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대만 지원 기조 자체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이 대만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제시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침묵이 향후 미중 관계의 대만해협 현상유지 균형에 어떤 함의를 가질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반면 미국은 이란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냈다는 점을 부각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화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는 이란 문제와 관련한 양국 합의사항에 대해 별도의 발표가 없었으며, 양국 정상이 중동 정세 등 주요 국제·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밝혔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에너지 안보와 중동 전략 차원에서 이란과 긴밀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어, 중국이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협조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정상은 올해 최대 4차례 만남을 통해 관계 안정화 모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이어 시 주석의 미국 답방,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월 미국 마이애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경제 안정이 중요한 시점인 양국으로서는 미중 관계의 예측 가능성 유지가 국내 정책 추진에 도움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강한 리더십을 구축한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가 향후 미중 관계 안정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 중 하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