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영현
삼성전자 전영현 DS 부문장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임원들에게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기술 경쟁력 회복과 기강 재정립을 촉구했다.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경쟁사 추격 속에서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강도 높은 쇄신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와중에도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어 긴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하며,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에 취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이는 곧 예정된 노조 총파업과 글로벌 경쟁사들의 추격이라는 이중 위기 상황에서 조직 동요를 막고 경쟁력 훼손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실적 회복세는 눈부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3조7천억원에 달해 전사 영업이익(57조2천328억원)의 94%를 책임졌으며, 불과 1년 전보다 8배 이상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같은 실적 호전의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범용 D램, 낸드 제품의 가격 상승과 판매 확대가 주효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한해 반도체 효과로 영업이익 30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영현 부회장은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임원들에게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명확히 하며, 현재의 실적 호전이 업황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이는 이재용 회장이 올해 초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전 부회장의 메시지는 단순한 실적 유지를 넘어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위한 강도 높은 쇄신을 촉구하는 것이다.
전영현 부회장은 특히 고객과의 신뢰 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메모리 사업부에 "항상 을(乙)의 자세로 고객의 사업을 지원할 것"을 당부하며, 최근 AI 열풍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입도선매에 나서는 상황에서 자칫 빠질 수 있는 공급자 우월주의를 선제적으로 경계했다. "성과는 고객이 만들어준 결과"라며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호황 속에서도 품질을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현재의 호황이 영구적이 아니며, 고객사와의 장기적 신뢰 관계 구축이 생존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전 부회장의 기강 재정립은 노조의 총파업 예고라는 초유의 사태를 배경으로 한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으며, 이에 따른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번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고, 노조 추산으로도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는 20조∼30조원에 이른다. 전 부회장은 "여러모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영활동은 유지돼야 하며 각 사업부가 경영 활동을 공히 잘해야 한다"고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이는 파업 속에서도 반도체 생산 라인을 차질 없이 가동하고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 내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기존 고객사 이탈은 물론 기술 경쟁력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은 삼성에 반도체 생산 안정성과 공급 차질 여부를 직접 문의하고, 매주 상황 업데이트를 요청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의 호황기가 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는 전 부회장의 진단은 이러한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라는 외부 변수와 경쟁사들의 추격이라는 내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삼성전자에게 지금은 정말 결정적인 시간대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