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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AI 반도체 호황 속 삼성 노사분쟁 심화, 이익 공유 논란 확산

AI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놓고 노사 분쟁이 심화되면서, 기업 이익의 배분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국민배당금' 제안은 시장 반발을 초래했으며, 정치권에서도 기업 수익 재분배를 둘러싼 이념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이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AI 시스템과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 수요 증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에 따른 이익을 근로자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두고 노사 간 갈등은 물론 정치권까지 개입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합치면 90조 원(약 61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삼성전자는 43조 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급증한 57조 23억 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실적 호조는 AI 인프라 구축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증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 국내 수출 주력산업이자 경제의 핵심축인 만큼, 업계의 초호황은 한국 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급증한 수익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심화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 중재 하에 이틀간의 교섭이 진행됐지만 노사 합의에 실패했으며, 노조는 5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삼성전자의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적 손실이 40조 원을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이미 지난해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10%로 책정하고 상한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결정은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을 키웠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SK하이닉스보다 훨씬 우수한 상황에서도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근로자들의 박탈감을 증대시킨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주주들은 풍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반면, 근로자들의 임금과 복리후생은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는 인식도 노사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이익 배분 문제는 이제 노사 관계를 넘어 정치·경제 전반의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2일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반도체 초호황기에 발생한 세수 증가분을 활용해 '국민배당금'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며, 반세기에 걸쳐 국민 모두가 함께 구축한 토대 위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단순히 기업의 경영 능력만이 아니라 국가의 과학기술 투자, 교육 인프라, 법적·제도적 기반 등 공공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즉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발언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락했으며, 투자자들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나 법인세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분석가들은 기업의 이익에 대한 과세 부담이 증가할 경우 반도체 기업들의 차세대 AI 칩 개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지수 전체의 약 47%를 차지하고 있어, 두 회사의 주가 변동이 한국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야당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는 김용범 실장의 제안을 '공산주의'에 가까운 기업 이익 재분배 정책으로 비판했다. 소수당인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도 기업에 기존의 세금 납부 의무를 넘어선 추가적인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노조와 근로자 단체들은 기업의 이익 배분 확대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AI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이익을 누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한 노사 분쟁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