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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성과급 분쟁, 산업계 전체로 번질 위기

삼성전자 노조와 경영진의 성과급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파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영업이익 고정 비율 모델을 둘러싼 분쟁이 다른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될 경우 산업 전체의 인건비 부담 증가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성과급 분쟁, 산업계 전체로 번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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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와 경영진이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두고 벌인 협상이 결렬되면서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3일 새벽까지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했으나 핵심 쟁점인 성과급 제도화를 두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분쟁은 단순한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을 넘어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보상 체계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결정이 다른 기업들의 노조 요구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노사의 입장 차이는 '유연성'과 '제도화' 사이의 근본적인 갈등이다. 삼성전자는 회사 경영 상황에 따라 성과급 지급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보상 체계를 제시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에 '특별보상'을 더하는 방식으로, 업황이 나쁠 때는 기존 OPI 틀 안에서 성과급을 지급하고 경영성과가 좋을 때는 별도 성과급을 추가 지급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과급 상한제 폐지도 함께 요구 중이다. 삼성전자가 유연한 방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실적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에서는 호황기에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불황기에 투자 부담과 제품 가격 하락이 동시에 닥친다. 따라서 설비투자, 연구개발, 인건비 등 비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생존의 문제다.

노조의 요구대로 성과급이 고정비에 가까워지면 경영 위기 상황에 대응할 여력이 크게 줄어든다. 영업이익의 15%를 의무적으로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면, 적자 전환 같은 위기 상황이나 업황 악화에 대응할 자금 여유가 부족해진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인데, 성과급 고정으로 인한 자본 운용의 유연성 부족은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직결된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 중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삼성전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방식이라면 메모리사업부는 경쟁사와 같거나 웃도는 지급률을 보장받게 되므로, 노조의 요구보다 실질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분쟁이 다른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다. 이미 산업 곳곳에서 영업이익 고정 비율 모델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영업이익의 20%가, 카카오 노사 교섭에서는 10%가, 현대자동차와 LG유플러스에서는 각각 30%가 성과급 기준으로 제시된 바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제도화를 확정할 경우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공공부문까지 영업이익 분배 요구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삼성전자의 보상 체계가 국내 기업들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한 번 성과급 고정 모델이 정착되면 다른 기업들도 이를 따라가야 하는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확산은 산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별 경영 환경, 재무 여력, 산업 특성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성과급 고정 요구가 확산하면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져 투자 위축이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다. 대기업은 높은 고정 비율로 성과급을 고정할 여력이 있어도 중소·중견기업과 협력사들은 이를 따라가기 어렵다. 보상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핵심 인재들이 대기업으로만 집중되면 하위 공급망의 경쟁력이 약화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과 공유 원칙을 명확하게 확립하면서도 경영 여건, 투자 계획, 업황을 반영한 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 간에는 극적 타결의 희박한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실제 파업 돌입 전까지 노사 자율 협상에 정부의 추가 중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노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성과급 제도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결렬로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는 이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결정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할 때, 이번 협상의 귀결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제 전체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