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과세수 활용한 '미래 투자' 재정정책으로 전환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초호황으로 인한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미래 산업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하락 시점에서 적극적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며, 소비쿠폰의 효과 연구 결과로 정책의 효과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업계의 초호황으로 인한 막대한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미래 산업에 대한 적극적 재정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기존의 '확장 재정=퍼주기'라는 비판의 틀을 벗어나, 재정 투자를 통해 더 큰 경제 성장을 이끌고 국가 부채 비율도 낮출 수 있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요 증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라는 호재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제의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재정 건전성만을 강조하면 미래 성장 동력 투자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화 인구 구조 등을 근거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7%, 내년 1.5%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2%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긴축재정을 '포퓰리즘의 함정'이라고 직격하며,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현명한 투자를 통해 경제 기초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정책 효과 연구 결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정책 효과를 분석한 결과, 10만원당 약 4만3천원씩 소상공인의 추가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이전지출 정책은 내수 진작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통념이 있었지만, 사용 기한과 사용처를 제한하고 한계소비성향이 큰 저소득층에 차등 지급하는 정책 설계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소비 진작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 투자 정책이 단순한 퍼주기가 아니라 효과적인 경제 부양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재정·예산 당국도 달라진 거시경제 환경에 발맞춰 적극적 재정 운용 계획을 제시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국가 대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적극 재정 운용이 필요한 시기"라며 각 부처에 성장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충분한 소요를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의 생산성 제고 노력을 하면서 현명한 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제2, 제3의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산업이나 계층이 없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기존 산업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같은 적극적 재정 정책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반도체 기업들의 막대한 영업이익으로 인한 초과세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골드만삭스가 추정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단독 합산 이익만 해도 과거 한국 증시의 감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한국형 국부펀드에 출자해 국가 전략 사업을 키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다음달 정부가 발표할 하반기 경제성장전략과 8월 말 나올 내년도 예산안에 이런 국정 기조가 담길 전망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출 규모뿐 아니라 지출의 효과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출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 효과가 좋은 지출과 그렇지 않은 지출,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지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이 필요하다"며 "현재 지출 중 성장 잠재력을 제어하는 정책은 없을지 냉정한 평가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반도체 초과세수라는 호재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재정 정책이 실제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투자 대상이 적절히 선정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