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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이 부활시킨 국내 석유화학산업, 일시적 호황일 수 있다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10개 분기 만에 영업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일시적 호재일 수 있으며, 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동전쟁이 부활시킨 국내 석유화학산업, 일시적 호황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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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원료 가격 급등의 덕을 보며 올해 1분기 의외의 호실적을 거뒀다.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재평가 효과와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이 공장 가동률을 높이면서 10개 분기 만에 영업 흑자로 돌아선 기업들이 속속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선이 근본적인 산업 회복이 아니라 일시적 호재에 불과하며,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1일 올해 1분기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2023년 3분기 이후 무려 10개 분기 만의 분기 영업 흑자로, 업계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의 핵심 메커니즘은 '래깅 효과'라는 경제학적 현상에 있다. 래깅 효과란 원재료를 구매한 시점과 실제 제품으로 생산·판매하는 시점 간의 시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익 변동을 의미한다. 중동 전쟁으로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자, 이전에 저가에 구매한 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고가에 판매하면서 마진이 확대된 것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생산 운영 최적화로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호전은 롯데케미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4720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560억원의 영업손실에서 극적으로 흑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매출 1조3401억원, 영업이익 341억원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SK지오센트릭)도 13일 실적 발표에서 20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와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저가 원재료를 사용하며 수익성을 개선한 효과"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각 기업들이 산업 구조조정 압박 속에서 지속해온 비용 절감 노력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공장 가동률 역시 눈에 띄게 회복되었다. 중동산 나프타 공급 부족으로 3월과 4월 50%대까지 떨어졌던 국내 주요 석화 기업들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이 미국, 알제리, 오만 등에서 대체 나프타를 확보하면서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여천NCC는 55%까지 떨어졌던 가동률을 65%까지 올렸고, 롯데케미칼의 대산 NCC는 70%대에서 83%까지 상승했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까지 대산과 여수 NCC 가동률을 75%까지 높일 계획이며, 대한유화도 울산 NCC 가동률을 62%에서 72%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가 3월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나프타 수입단가 상승분 차액의 50%를 보조하겠다고 발표한 지원책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호전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확대와 공급 과잉 문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석화 구조조정은 충남 대산 석화단지의 1호 프로젝트가 산업통상부 승인을 받아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며, 전남 여수의 2호 프로젝트는 정부 심사 중이다. 다만 여수산단 내 LG화학과 GS칼텍스 간 조정안, 울산의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 간 협의는 미뤄지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며 "중동 전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 업계가 휩쓸리지 않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울산 석화단지 등에서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