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핵에서 120만 년 기후 기록 발굴…CO2 변화 추적
유럽의 국제 협력 프로젝트가 남극 빙핵에서 지난 120만 년간의 연속적인 기후 기록을 추출했다.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전 지구적 기온 변화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 데이터는 약 100만 년 전 빙하기의 주기와 강도가 급격히 변한 '중신생대 전환기'의 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유럽의 과학자들이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의 연속적인 기후 기록을 밝혀냈다. 남극에서 채취한 2.8킬로미터 깊이의 빙핵(ice core)에서 추출한 데이터는 지난 120만 년간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전 지구적 기온 변화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번 발견은 지난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지구과학연합 총회에서 공개됐으며, 기후변화의 주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유럽 10개국의 실험실이 참여한 '비욘드 에피카(Beyond EPICA)' 국제 협력 프로젝트의 성과다. 고대 기후 연구의 권위자인 에드워드 브룩 미국 오리건주립대 고기후학자는 "지금까지 추출한 데이터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며 "각 빙하기 주기를 살펴보면서 이산화탄소 농도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게 됐는데, 이전에는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빙핵 속에 갇혀 있는 미세한 공기 기포들은 수십만 년 전의 대기 성분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과거 지구의 환경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천연 기록물로 작용한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구 기후사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약 100만 년 전까지 중신생대(플라이스토세)에는 빙하기가 4만 년마다 규칙적으로 찾아왔으며, 이는 지구 공전궤도와 자전축의 주기적 변동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신생대 전환기'라 불리는 약 100만 년 전 이후로는 빙하기의 주기가 10만 년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강도도 훨씬 심해져 더 길고 추운 빙하 시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 두꺼운 빙상이 형성되고 더 오래 지속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극적인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비욘드 에피카 프로젝트의 조율자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빙하학자 카를로 바르반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더 길고 심한 빙하기가 초래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전환기 이전에는 온실가스가 기후 변화에서 상대적으로 미미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변화를 초래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스 농도와 온도를 동시에 추출할 수 있는 기록이 필요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120만 년의 연속 데이터를 통해 과거의 각 기후 주기가 어떻게 다른지, 이산화탄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남극 빙핵은 지구 기후 연구의 가장 중요한 자료 중 하나다. 빙핵에 갇혀 있는 공기 기포는 채취 당시의 대기 성분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빙층의 동위원소 조성은 당시의 기온을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빙핵에 포함된 화산재, 먼지, 화학 물질 등은 과거의 환경 변화를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에 발굴된 120만 년의 기록은 기존의 가장 긴 빙핵 기록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향후 기후 모델링과 미래 기후 변화 예측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연구 결과는 아직 동료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비욘드 에피카 팀은 향후 빙핵에서 더 많은 정보를 추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과거 기후 변화의 메커니즘을 더욱 정교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들이 어떻게 기후 시스템과 상호작용했는지, 그리고 자연적 기후 변화의 주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의 급속한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도 과학적 기초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