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윤 환원 논의 촉발한 '국민배당금'…정치권 격돌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제안이 정치권의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다. 야당은 이를 공산주의라고 비판하는 반면 여당은 정책 논의를 색깔론으로 왜곡한다고 반박했으며, 이 논란은 코스피까지 급락시키는 시장 불안을 초래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발생한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제도를 제안하면서 정치권이 심각한 충돌에 빠졌다. 야당은 이를 '공산당의 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여당은 정책 논의를 색깔론으로 왜곡하는 것 아니냐며 맞서고 있다. 이 제안은 주가지수까지 급락시키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SNS를 통해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며,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의 초과 세수가 사전 원칙 없이 소진되었다며, 이번 사이클의 규모가 훨씬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활용 원칙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국민배당금' 제도 도입을 제시한 것이다.
야당의 반발은 즉각적이고 강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기업이 번 돈을 정부가 뺏어다가 나눠주는 것은 공산당이나 하는 짓"이라며 "노력해서 번 돈을 정부가 가져가서 나눠준다면 그것이 바로 공산주의 배급경제"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해당 발언 이후 코스피가 상승 흐름에서 폭락했다며 김 실장의 경질을 요구하면서,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 환수 대상으로 보는 '반시장적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은 정부가 손실은 독박을 씌우고 이익은 억지로 쪼개는 '국가 주도의 폭력적 약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임직원의 땀과 투자자들의 인고해온 세월이 있기에 오늘의 호황이 있는 것"이라며, 미국이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대비하여 한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여당은 야당의 공세가 정책 논의를 색깔론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김 실장의 발언 취지는 명확하다"며 "AI·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으로 발생할 법인세 초과 세수를 아무 원칙 없이 단기적으로 소진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체계적 활용 원칙을 설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이익을 정부가 강제로 나눠 갖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안 의원은 야당의 반발이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과도한 정치 공세"라며 미래전략 논의를 정쟁으로 몰아가는 소모적 정치라고 지적했다.
이 논란은 실제 금융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는 장 초반 7999까지 올랐으나 장중 한때 5% 이상 급락하며 7400선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국제 통신사인 블룸버그는 "한국의 한 고위 정책 당국자가 AI 산업에서 발생한 세수를 활용해 국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며 거리를 두었다. 이는 제안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컸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정부 내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