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채 수익률 18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 스탈머 총리 사직 압박
영국의 10년물 정부채권 수익률이 12 베이시스 포인트 상승해 약 5.121%에 도달하며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70명 이상의 노동당 의원들이 스탈머 총리의 사직을 요구하면서 정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으며, 채권 시장이 이에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차입 비용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화요일 런던 시간 오전 10시 20분 기준으로 영국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길트(정부채권) 수익률이 12 베이시스 포인트 상승해 약 5.121%에 도달했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는 채권 가격이 급락했음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장기 채권의 수익률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는 것이다. 20년물 길트 수익률은 13 베이시스 포인트 올랐고, 30년물 수익률은 12 베이시스 포인트 상승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영국 정부의 신용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채권 시장의 급변은 정치적 불안정성과 직결되어 있다. 지난주 지방선거에서 키어 스탈머 영국 총리의 노동당이 큰 패배를 당한 이후, 70명 이상의 노동당 의원들이 스탈머 총리의 사직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가 영국 의회 구성이나 정부 체제를 직접 바꾸지는 않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를 스탈머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항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스탈머 총리는 화요일 오전 내각 정례회의를 열었으며, 영국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그는 내각 구성원들에게 사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총리는 "노동당은 지도부에 도전하는 절차를 갖고 있으며, 그 절차가 발동되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국민은 우리가 정부 운영을 계속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고 우리 내각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당 내 지도부 도전은 현재의 상황에서 발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당의 절차상 지도부 도전이 성립하려면 노동당 의원의 20% 이상이 대체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현재 노동당 의원 수를 감안하면 81명 이상의 의원이 새로운 지도자를 지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70명 이상의 의원이 사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식 도전 절차를 발동하기 위한 임계값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탈머 총리가 직면한 정치적 어려움은 최근 영국 경제의 부진과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영국의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이 정체되었고, 국민들은 심각한 생활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주 지방선거에서 노동당은 우파 성향의 개혁영국당과 좌파 성향의 녹색당에게 대규모 표를 빼앗겼으며, 이는 경제 개혁 속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여실히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채권 시장은 스탈머와 그의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채권 시장 참여자들은 두 지도자가 다른 잠재적 후임자들보다 경제 정책에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리브스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도되며 그의 직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을 때, 길트 수익률이 급등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정부가 복지 감축안을 철회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가중되자 채권 시장이 강하게 반응한 것이다. 스탈머를 대체할 수 있는 후보들로는 보건장관 웨스 스트리팅, 전 부총리 앙젤라 레이너, 맨체스터 시장 앤디 번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레이너와 번험은 스탈머보다 좌파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 서비스 회사 에버리의 시장 전략 담당자 매튜 라이언은 화요일 오전 보도자료에서 채권 시장이 웨스트민스터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 경시자들이 총출동한 상태이며, 장기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는 그의 표현은 시장의 심각한 우려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영국 정부 차입 비용의 급등은 단순한 정치적 드라마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 일반 기업과 개인의 차입 비용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스탈머 총리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리고 채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향후 영국 경제와 정치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