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성과급 분쟁, 글로벌 경쟁력 위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노조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상한선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기업의 재무 구조와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합리적 보상 체계와 비교하면 한국식 성과급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최근 3000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100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호재 속에서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와 기업의 경영 자율성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고 연봉 50% 상한선을 철폐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파업 카드까지 꺼내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먼저 선례를 만들면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2021년 복잡한 경제적 부가가치 산식 대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약속했고, 지난해에는 이에 대한 상한선까지 풀어버렸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구성원들에 대한 위로이자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결단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산업 전반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작년 평균 연봉이 1억5000만 원, SK하이닉스 직원들이 1억8000만 원을 받은 상황에서, 추가로 6억~7억 원대의 성과급을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요구는 기업의 재정 구조와 경영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재무 구조상 성과급의 성질과 배분 순서를 살펴보면 노조의 요구가 얼마나 부당한지 명확해진다. 기업의 손익계산서에서 매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근로자들의 기본 인건비가 확정적으로 지급된다. 이후 영업이익이 확정되면 채권자에게 이자를 지불하고 정부에 법인세를 납부한다. 순이익이 결정된 후에야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몫을 따지게 되는데, 배당금으로 모두 가져갈 수 없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유보금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완료된 후에야 비로소 성과급의 규모를 논의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은 철저히 기업의 경영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대법원도 이미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가 아닌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임을 명확히 판시한 바 있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먼저 떼어달라는 주장은 채권자, 정부, 주주를 외면하고 기업의 장기적 생존까지 무시하겠다는 억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식 성과급의 구조다. 개인의 기여도를 평가하지 않고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나눠주는 방식이 관행화되어 있다. 이익 규모가 작았을 때는 보너스 정도의 소소한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6억~7억 원대의 '참가상'을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요구로 발전했다. 이는 개인의 성과와 무관하게 기업의 이익 창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논리로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빅테크 기업들의 보상 체계는 한국 기업들과 완전히 다르다. 엔비디아,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노조 체계 자체가 없으며, 성과급을 경영 판단의 영역으로 본다. 이들은 현금 대신 장기 실적과 주가에 연동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핵심 보상 수단으로 활용한다. 대만의 TSMC도 현금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이사회가 회사의 재무 상황과 미래 투자 소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배분 규모와 비율을 결정한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왜곡된 보상 체계를 국제 수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온정주의와 나눠 먹기식 관행을 끝내고, 개인의 성과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 시대의 거대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소모적인 노사 갈등에 빠져 있는 동안 글로벌 경쟁사들은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경제의 핵심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하려면, 노조는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요구로 돌아와야 하고 기업은 투명한 경영 정보 공개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양쪽 모두 단기적 이익보다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우선시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