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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들 의원으로 이탈···권역모자의료센터 인력난 심각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분만 병원을 떠나 의원으로 이동하면서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거점인 권역모자의료센터의 인력난이 심각해졌다. 전국 20곳 중 11곳이 정부 기준 산과 전문의 4명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신생아 진료 전공의도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다.

산부인과 의사들 의원으로 이탈···권역모자의료센터 인력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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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도 분만 병원을 외면하는 의사들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지역의 산모와 신생아 진료 체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청주에서 임신 29주차 산모가 응급 분만 가능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해 태아를 잃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국회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입수한 통계 자료는 필수의료 분야의 심각한 인력난을 여실히 드러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전문 분야를 표시하지 않은 채 일반 의원에서 근무하는 사례가 2023년 1317명에서 2025년 1384명으로 불과 2년 사이 67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병원을 떠나 비급여 진료 중심의 의원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최근 3년간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한 전문의 증가 현황을 살펴보면 내과가 83명으로 가장 많고, 산부인과 67명, 응급의학과 65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응급성이 높고 의료소송 위험이 큰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들이 체계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검진이나 시술 등 비급여 진료 중심의 의원에서는 근무 강도가 낮고 법적 부담이 적으며 수익성도 더 좋다는 점이 의사들의 선택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24시간 진료하는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정부가 정한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0곳의 권역모자의료센터 중 11곳이 산과 전문의 최소 기준인 4명 이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충북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산과 전문의가 단 1명뿐이었고, 고려대안암병원, 아주대병원, 가천대길병원, 단국대병원, 인제대해운대백병원 등 5곳은 2명에 그쳤다. 이는 24시간 당직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력 기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생아 진료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고위험 신생아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배치 현황을 보면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중 17곳에서 전공의가 없거나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지역모자의료센터도 전국 33곳 중 25곳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전혀 없었으며, 나머지 기관도 대부분 1~2명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현재의 진료 유지뿐만 아니라 미래의 고위험 신생아 진료를 담당할 후속 인력 양성 기반이 극도로 취약하다는 의미다. 전공의 수련을 통한 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년 후 필수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권역모자의료센터에 연간 6억원의 운영비와 NICU 병상 유지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재정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은 "고위험 분만과 권역 모자센터 근무는 업무 강도가 높고 법적 부담도 크다"며 "근무 강도 조절, 법적 보호, 교육·경력 인센티브,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을 포함한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시간 당직, 응급수술, 높은 의료소송 위험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이 젊은 의사들의 기피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선민 의원은 "고된 업무와 의료소송 부담으로 대형병원 의사들이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면서 대형병원에서는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복지부는 단순한 수가 인상에 그치지 말고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청주 사건 이후 병원 간 전원체계와 분만 취약지 대책을 점검하고 있으며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의료 구조 개선 없이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