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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피격 원인 확정, 정부 이란 관계와 미국 압박 사이 외교적 난제 직면

정부가 호르무즈해협 나무호 화재 사건의 원인을 미상의 비행체 타격으로 공식 확인했다. 이란의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이란 관계와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개방 압박 사이에서 외교적 난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4일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나무호의 화재 사건이 미상의 비행체에 의한 외부 타격이 원인임을 공식 확인했다. 외교부 박일 대변인은 10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정부 조사단의 현장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선체 하단에 폭 5미터, 깊이 7미터의 파공이 있음을 공개했다. 조사단은 지난 4일 오후 3시 30분경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의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2차례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음을 선체 손상과 선박 CCTV 화면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건 직후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피격 가능성을 제기했던 정부의 초기 판단이 현장 증거로 뒷받침된 것이다.

정부가 비행체 타격을 공식 확인했지만, 공격 주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격의 주체에 대해서는 예단을 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행동은 이란의 관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같은 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조사 결과를 설명했으며, 이는 사실상의 초치(소환)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면담을 마친 쿠제치 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격에 대한 일반적인 이슈에 관해 이야기했다. 질문은 한국 외교부에 하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청사를 떠났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한국 선박이 입은 피해와 관련된 사건에 이란군이 개입했다는 모든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부인한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이란을 압박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청와대는 해수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국가안전보장회의 실무위를 열어 나무호 사고 조사 결과와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가 분석해야 할 사항은 비행체가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여부, 그리고 이란혁명수비대와의 연관성 등이다. 이러한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부는 공개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외교적 차원에서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공격이 확정될 경우 정부는 상당한 외교적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는 그동안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 26척의 안전을 위해 이란에 외교장관 특사를 파견하고 현지 대사관을 유지하는 등 이란과의 외교에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도 이란이 우리 선박을 공격하고 이를 발뺌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대응이 불가피해진다는 의미다. 외교부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이란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한 우리 선박들의 안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가능성도 높다. 나무호 피격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에 갇힌 선박들의 대피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개시하겠다고 밝히고, 이란이 미군의 해협 진입을 막으려 하면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벌어졌다.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나무호가 단독으로 행동하다가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면서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한국이 기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젝트 프리덤을 중단시켰지만, 미국 국무부는 다국적 연합체인 해양자유연합(MFC) 참여를 제안해 한국도 이를 검토해왔다. 박일 대변인은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 측에 설명할 것"이라며 "미국의 해양자유연합 구상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복잡한 외교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사건은 한국 외교의 어려운 위치를 드러낸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이중적 입장에 있다. 나무호 피격 사건이 이란의 공격으로 확정되면, 한국은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개방 작전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호르무즈해협 내 우리 선박들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추가 조사 결과와 외교적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