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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속 정규직 성과급 분배, 하청·비정규직은 외면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정규직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노동계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를 배제한 협상이 노동운동의 정신을 훼손한다고 지적하며, 현대차노조의 사회적 책임 강화 사례와 비교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 속 정규직 성과급 분배, 하청·비정규직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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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촉발된 임금 협상 갈등이 노동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노조가 정규직 노동자들끼리만 이익을 나누려는 데 매몰돼 있으며, 기업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함께 일궈낸 하청·비정규직·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 추산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270조원에 이르고, 이 중 15%가 성과급으로 책정될 경우 직원 1인당 6억2000만원을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규모지만, 동시에 '정규직만의 분배 투쟁'이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노동계 내부의 비판적 시선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으로, 노조가 연대와 정의, 평등이라는 노동운동의 핵심 정신을 제시했을 때 여론의 지지를 얻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가 사업 부문별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한계에서 비롯된 필연적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정규직 직원들의 경제적 지위 향상에만 집중되면서, 기업 생태계 전체의 노동자 보호라는 더 큰 대의명분을 상실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사례는 이와 대조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2023년 현대차가 10년 만에 신입사원 공채를 재개했을 때 생산직 400명 채용에 12만명이 몰려 '킹산직'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청년들이 앞다퉈 입사지원서를 낸 배경에는 현대차의 높은 임금·복지 수준과 정년 보장 등 우수한 근무 환경이 있었고, 이러한 여건을 만드는 데 강성 노조의 역할이 컸다. 현대차노조는 과거 강성 노조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들의 투쟁이 만들어낸 좋은 일자리를 마다할 인재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현대차노조가 최근 사측에 현대차그룹의 사용자성이 확인된 사내 하청노조와의 교섭을 요구하는 등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규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전체의 노동자 보호로 관심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 위기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노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는 청년·여성·비정규직·하청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약한 고리부터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규직 직무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AI와 공존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조의 강력한 협상력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호황 속에 SK하이닉스가 고액 성과급을 지급한 것을 계기로 이익 분배를 둘러싼 노사 간 힘겨루기는 올해 임금 협상의 큰 흐름이 되고 있으며,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하청 직접 교섭의 길이 열린 기업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 등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사가 11일부터 12일까지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가운데, 관건은 협상 타결 여부를 넘어 그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대화가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까지 모두 끌어안는 전향적인 합의로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정규직만의 돈잔치'나 '그들만의 리그'라는 냉소를 피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협상의 결과는 다른 기업의 임금 협상에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과 노조 양측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모든 노동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고, 노동운동의 본질인 연대와 정의가 구현되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이번 협상의 진정한 성공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