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영업이익 90% 독점, 정부 재정 역할 강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의 영업이익 90%를 차지하면서 반도체 기업으로의 이익 집중이 극심해졌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낙수효과가 약해진 상황에서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사회에 나누는 정부의 재정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금융사·지주사 제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대기업 집단 내에서 반도체 기업으로의 이익 집중이 극도에 달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호황의 과실을 사회 전반에 나누는 정부의 재정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대기업 호황이 자동으로 경제 전반에 파급되지 않는 구조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분배 기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경향신문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개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 105조 4300억 원 중 삼성전자가 57조 2300억 원, SK하이닉스가 37조 6100억 원을 기록해 두 기업의 합계가 94조 84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의 약 90%에 해당하는 수치다. 두 기업을 제외하고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기업은 현대차(2조 5100억 원)와 기아(2조 2100억 원) 단 두 곳뿐이었으며, 나머지 16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모두 1조 원 이하 수준으로 집계됐다. 상위 20대 기업에는 LG에너지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바이로로직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일렉트로닉, 셀트리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단 1년 사이에 급격히 심화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개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25조 5000억 원에 불과했으며,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은 14조 1400억 원으로 전체의 55.5%를 차지했다. 1년 만에 두 기업의 비중이 55.5%에서 90%로 34.5%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변을 인공지능(AI) 수요의 폭증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성장세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호전이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JP모건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기존보다 0.8%포인트 높은 3%로 제시했고, BNP파리바와 씨티그룹도 각각 0.7%포인트씩 상향 조정했으며, 국내 증권사들도 목표치를 2.7% 수준으로 높였다.
반도체 특수는 국가 재정 운용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시스템은 이 현실을 얼마나 빠르게 반영할 수 있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는 법인세 증대로 이어지고, 종사자들의 소득세 증가까지 더해져 올해와 내년 세수가 역대급 초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021~2022년 역대급 초과세수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한 예산 운영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의 이익이 사회 전반으로 환류될 수 있도록 정부가 능동적인 재분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과거에는 수출 대기업의 호황이 협력업체와 내수 전반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낙수효과가 작동했지만, 지금은 그 고리가 크게 약해진 상황"이라며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국가의 재분배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투자 여력이 부족했던 당시에는 정부의 세제 지원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세제지원 일몰로 생기는 재정 여력을 취약계층 지원 등에 투입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사회 전반에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정부의 중요한 정책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