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8000원 육박…AI 확산으로 공급 절벽 직면한 국민 식탁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산란계 10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계란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계란 특란 가격이 전국 평균 7273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지역에 따라 80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대형마트의 수입산 계란 도입과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고가격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의 계란 매대는 요즘 소비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됐다. 지난 7일 현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매대에 진열된 30구 특란 7690원의 가격표를 보고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정부 할인이 적용된 6990원짜리 제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계란들은 더욱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CJ제일제당의 무항생제 계란은 7490원, 풀무원의 동물복지 목초란은 9990원, 하림의 무항생제 신선란은 1만1990원에 이르렀다. 국민 필수 식품으로 불리던 계란이 이제는 주부들이 망설이게 하는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최신 통계가 계란값 폭등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4일 기준 계란 특란 1판(30개)의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7273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더욱 심각했다. 서울은 7944원으로 8000원선에 거의 근접했고, 대전과 부산은 7613원을 기록했다. 광주 7562원, 제주 7531원, 강원 7499원, 전북 7499원 등 전국 상당수 지역이 심리적 저항선인 7000원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2월 설 직후 정부 할인 지원으로 6000원대까지 내려갔던 계란값은 불과 3개월 만에 10% 이상 급등했으며, 80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계란값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솟는 근본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부족이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겨울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21건이었고, 이 중 산란계 농장 발병은 1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건이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 4월까지 살처분된 산란계는 1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도 483만 마리의 두 배를 초과하는 수치로, AI 확산이 얼마나 광범위한지를 드러낸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는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알을 가장 활발하게 낳는 6개월 이상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5612만7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5.5% 급감했다. 여기에 동물복지 기준 강화에 따른 사육 밀도 제한까지 본격 시행되면서 전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계란값 폭등에 대형마트들은 수입산 계란 도입과 대규모 할인 행사로 대응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9일 대형마트 최초로 4만6000여 판의 태국산 신선란을 도입해 한정 수량 판매를 시작했으며, 30구 한 판에 5890원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해 '농산물 할인 지원' 행사를 진행 중이며, 정부 지원금에 자체 할인을 더해 국산 특란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는 계란 수급 대란에 대비해 산지 거래량을 늘려 비축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값 폭등이 가계를 넘어 외식·자영업계의 생존까지 위협하자 정부도 본격적인 물가 안정 대책에 나섰다. 5월 초까지 태국산과 미국산 신선란을 추가 도입하고, 유통 단계의 과도한 마진이나 담합 적발 시 정책자금 지원을 배제하는 강력한 대응에 착수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당분간 계란값 고공행진이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 마릿수가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다"며 "근본적인 공급 부족 탓에 계란값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민 식탁의 필수품이었던 계란이 AI 확산과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상당 기간 고가격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