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내홍 심화, DX 부문 차별에 제2노조도 반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반도체 부문 중심의 전략을 추진하면서 DX 부문을 배제하려 하자, 제2노조인 전삼노와 동행노조가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다. 21일 예정된 총파업이 반도체 부문 파업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초기업노조 조합원도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가 반도체 부문 중심의 전략을 추진하면서 완제품 사업부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노조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예정된 총파업을 앞두고 노조 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파업의 실효성 자체가 의문받고 있다. 초기업노조가 모든 삼성전자 근로자를 대변한다던 초기 취지와 달리, 점차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의 이익만 우선시하려는 태도를 보이면서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8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항의의 뜻을 표했다. 전삼노는 최 위원장이 DX 부문 소속 조합원을 대변하는 이호석 지부장의 현장 소통 활동을 문제 삼으면서 사과하지 않을 경우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공문에 담았다. 전삼노는 이를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DX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만7000여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제2노조인 전삼노는 초기업노조(조합원 7만3000여 명)의 이러한 태도가 노동자 간, 노조 간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지적하며 최 위원장에게 사과와 함께 DS와 DX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전삼노의 반발은 이미 파업 대열에서 이탈한 동행노조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DX 부문 직원이 주축인 동행노조는 지난 4일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와 함께 구성했던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 의사를 전했다. 동행노조는 탈퇴 이유로 반도체 중심으로 흘러가는 다른 노조 집행부의 폄하와 무시를 명시했다. 총파업을 함께 결의했던 3개 노조 중 2곳이 초기업노조의 일방적 행동에 반발하면서 사실상 총파업이 아닌 반도체 부문 중심의 파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DX 부문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반도체 시장이 침체되었을 때 DX 부문이 삼성전자 전체를 지탱했던 경험을 상기시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공지능 열풍이 불기 전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었을 당시, HBM 개발에서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에 밀려 DS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에 갤럭시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키고 폴더블 시장까지 개척한 것이 DX 부문이었다. 또한 DX 부문은 DS 부문의 실적을 위해 여러 차례 무리한 설계를 감수해 왔다. 엑시노스 칩 탑재 시도가 대표적인데, 성능이 떨어지는 엑시노스를 계속 시도하면서 발열이나 속도 저하 문제로 인한 소비자 비난을 고스란히 감수한 것이 DX 부문이었다. 이런 역사적 기여를 외면한 채 DX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DX 부문 직원들이 파업을 지지하지 않게 된 것이다.
초기업노조 내부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때 7만7000명을 넘었던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가 노조 간 갈등이 본격화한 지난달 말부터 하루 최대 1000명 가까이 탈퇴하면서 현재 7만3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의 다른 축인 DX를 배제하는 노조를 진정한 과반노조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21일 시작되는 파업이 모든 삼성전자 근로자의 권리를 위한 총파업이 아닌 단순 반도체 부문 파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조의 통합과 신뢰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