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글로벌 10% 관세' 무효 판결…트럼프 협상력 약화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10% 관세를 무효로 판결했다. 국제수지와 무역적자를 혼동했다는 이유인데, 이는 상호관세에 이어 연이어 나온 법적 타격이다. 다만 7월 만료 예정인 임시방편 성격의 관세라는 점과 제한적 효력으로 인해 즉각적인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글로벌 10% 관세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무효를 선언했다. 이는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결한 연방대법원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무역 정책이 연이어 법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임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협상 레버리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하자 같은 날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전 세계 각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법 122조는 대규모의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간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이 법을 동원해 미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를 부과한 것은 1974년 법 제정 이후 52년 만에 처음이었다. 행정명령은 2월 24일 발효되어 7월 24일까지 효력을 유지하기로 명시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세율을 법상 최대치인 15%로 인상하겠다는 예고도 내놨지만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10% 관세 행정명령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국제수지 적자와 무역적자(trade deficit)를 혼동했다는 것이다. 국제수지는 상품, 서비스, 소득의 거래는 물론 자본이전, 금융투자 등 대외 경제거래 전반을 포함하는 개념인 반면, 무역적자는 상품 교역에만 한정된 지표다. 판사들은 이 두 개념이 본질적으로 다른데 이를 혼동하며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번 판결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국제 언론에 의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대한 최신의 법적 타격으로 평가되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주 무역 문제를 논의하고자 방중 준비를 하는 가운데 나온 주요 타격"이라며 "관세가 주요 회담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이 협상 레버리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의 즉각적인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법 122조 관세가 7월 24일 자동 만료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애초 임시방편이자 '가교 정책'으로 계획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새 관세 체계가 조만간 마련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10% 글로벌 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구조적 과잉생산 문제와 관련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 상태다. 동시에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 금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60개 경제주체에 대한 별도의 무역법 301조 조사도 착수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중요한 점은 이 법에 근거한 관세는 관세율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상대국에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있다고 판단되면 제한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재판부가 10% 글로벌 관세 금지 명령을 보편적으로 적용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원고에만 명령의 효력을 한정한 점도 판결의 파급 효과를 제한하는 요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판결의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관세는 7월 만료될 예정이었으며, 이 시점에 행정부는 다른 관세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무역법 301조 등에 근거한 신규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