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수익률 415% 대만에 밀린 코스피…AI 랠리 '타이밍' 차이가 결정적
지난 10년간 대만 자취엔지수(414.75%)가 코스피(278.91%)를 136.84%포인트 압도했으며, 이는 TSMC가 2023년부터 AI 랠리를 주도한 반면 한국은 2024년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랠리에 진입한 시간 차이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주식시장 성과 비교에서 한국 코스피가 주요국 지수들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 업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요국 대표 지수의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미국 나스닥지수가 445.57%로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고, 대만 자취엔지수가 414.75%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290.11%, 코스피가 278.91%의 수익률을 기록해 4위에 머물렀다. 코스피는 최근 1년 새 세 배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단위 장기 수익률에서는 대만과 136.84%포인트, 일본과 11.20%포인트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수익률 격차의 핵심 원인은 인공지능 반도체 랠리에 올라탄 시점의 차이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나타내며 대만 증시 전체를 견인했다. 반면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반도체 랠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대만이 AI 공급망 프리미엄을 약 1년 6개월 먼저 누적한 반면 한국은 뒤늦게 재평가 국면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는 동일한 산업 구조를 가진 두 국가가 글로벌 기술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TSMC의 성장이 대만 증시 전체 수익률에 미친 영향은 압도적이다. TSMC는 엔비디아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칩 생산을 담당하는 핵심 파운드리로 부상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현재 대만 증시 시가총액의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TSMC 외에도 폭스콘, 미디어텍, 델타전자 등 AI 서버 제조, 반도체 후공정, 전력 관리, 전자기기 위탁생산 관련 기업들이 자취엔지수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대만 증시는 사실상 글로벌 AI 하드웨어 공급망을 압축한 형태가 되었다. 이는 대만이 AI 시대의 핵심 공급망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일본이 코스피를 압도한 배경에는 선제적 밸류업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대 들어 도쿄증권거래소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개선 요구와 자본 효율 개선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한국보다 먼저 증시 재평가 국면에 진입했다.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정책보유주식 축소 등의 정책이 이어진 가운데 반도체 소재, 전력 인프라, 중공업 등 AI 인프라 관련 제조업 주도주들이 함께 상승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칩 생산에 집중된 반면 일본은 다양한 AI 관련 산업군에 걸쳐 주가 상승이 분산되면서 더욱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메리츠증권 황수욱 연구원은 "대만은 TSMC가 2023년부터 올랐지만 한국은 메모리 쪽 랠리가 2025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한국 시장이 후발주자였다는 점이 수익률 차별화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은 2020년대 들어 밸류업 정책이 먼저 성과를 거두며 주가 랠리가 나타난 게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 차이가 아닌 시장의 재평가 시점과 정책 대응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를 시사한다. 코스피가 현재의 상승세를 지속하더라도 이미 누적된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의 자본 효율성 개선과 더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