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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요건 강화 개헌안 국회 투표 불성립…여야 책임 공방

계엄 선포 요건 강화를 담은 헌법 개정안이 국민의힘의 당론 불참으로 국회 본회의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투표 불성립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국회의장은 다음날 재투표를 시도할 계획이다.

1987년 이후 39년 만에 추진된 헌법 개정 시도가 국회 본회의에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하고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이념을 헌법에 명시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 불성립을 선포하며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합니다"라고 밝혔다.

투표 불성립의 핵심은 국민의힘의 당론 불참에 있다.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인 19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 의원 12명 이상의 찬성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전당적으로 투표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찬성표 숫자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투표가 무산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소수당이 투표 참여 여부만으로 개헌안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국회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이번 개헌안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6개 정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것으로, 여러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의 이념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과 계엄 해제권을 명시하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특히 계엄 권한에 대한 국회의 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개헌안의 핵심이었으며, 이는 최근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목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투표 불성립을 두고 여야 간 책임 공방이 즉시 시작되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을 비판하며 "진짜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안이 지방선거 이후 권력 구조 개편 등을 포함한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졸속 누더기 개헌 폭주는 국민과 함께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 불성립 이후 "이대로 헌법의 안전장치를 만들지 못한 채로 또다시 12·3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22대 국회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입니다"라는 강한 표현으로 양당의 합의를 촉구했다.

국회의장은 다음날인 8일 다시 개헌안 표결을 시도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투표 불성립에 대해 "안타까움과 유감을 전한다"며 "내일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투표 불성립을 넘어 현 정부의 헌법 개정 의지와 국회의 정상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향후 개헌 논의의 방향성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