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방어에 나선 일본, 시장의 압박에 한계 드러내
일본이 엔화 약세 방어를 위해 연이어 환시장 개입에 나섰으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빈번한 개입은 국제통화기금 기준상 자유변동환율 지위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이 연이어 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4월 30일 엔화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1달러=160엔 수준을 넘어 약세를 보이자 2024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엔화 매입 개입을 단행했다. 당시 엔화는 하루에 최대 3% 상승했으며, 이는 투기적이고 일방적인 환율 움직임에 대한 경고를 거듭해온 일본 당국의 결단으로 평가된다. 이어 지난 주 수요일에도 엔화가 1달러=157.87엔에서 155.02엔으로 약 2% 상승하면서 도쿄가 최근 며칠 사이 두 번째 개입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4월 30일 환시장 개입에 투입한 규모는 약 5조 4800억엔(약 350억 달러)으로 추정되며, 이는 2024년 7월에 사용한 368억 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통상 환시장 개입의 구체적 시점과 규모는 즉시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지만, 일본 당국은 사전에 경고를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의 히로후미 스즈키 외환 담당 전략가는 4월 6일 "가격 움직임이 공식 개입을 시사하고 있다"며 "당국이 휴일에도 엔화를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레이딩 플랫폼 트라두의 니코스 차보우라스 분석가도 "폐쇄된 일본 시장의 낮은 유동성과 약세인 달러라는 조건이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미국과 일본 간의 금리 격차에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일본은행은 초저금리 정책을 계속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달러를 사고 엔화를 파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환시장 개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일본 당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이 격차를 줄일 압박을 받고 있지만, 경제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금리를 올리면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결국 환시장 개입은 금리 정책 변화 때까지의 시간을 버는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환시장 개입 여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인도수에즈 웰스 매니지먼트의 프란시스 탄 아시아 전략가는 "3월 말 기준 일본의 외환보유액이 1조 1600억 달러 규모이므로, 회당 345억 달러씩 개입한다면 약 32회 더 개입할 수 있다"며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일본이 자유변동환율제 지위를 유지하려면 11월까지 최대 2회만 더 개입할 수 있다. 빈번한 개입은 국제 사회의 감시와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물 환시장 개입은 국내 통화정책 변화 없이 브레이크를 밟는 것과 같아서,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당국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이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 당국이 재차 개입할지, 아니면 금리 인상이라는 근본 대책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에너지와 식량, 원자재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 경제에는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일본 당국이 얼마나 오래 현재의 환시장 개입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금리 정책의 전환을 단행할지가 향후 엔화 환율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