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이 아세안 결속 시험, 세부 정상회담서 에너지 안보 논의
아세안 정상들이 필리핀 세부에서 개최되는 정상회담에서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차질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경제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역내 자급자족 능력 강화와 상호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ASEAN) 정상들이 이달 필리핀 세부에서 개최되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차질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특히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 지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이미 불필수적 활동을 축소하고 회담 일정을 조정했으며, 이번 정상회담은 올해 예정된 두 번의 회담 중 첫 번째 대면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지역이 중동 분쟁의 여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이유는 에너지 수급 체계의 취약성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 지역의 불안정성은 즉각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동에서의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은 곧 에너지 가격 상승과 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과 역내 협력 강화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은 그동안 중동 분쟁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왔다. 역내 국가들은 중동 지역의 갈등이 외교적,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는 미국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싱가포르의 라자라트남국제학연구소 객원펠로우인 그레이엄 옹-웹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의 메시지가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각국 정부들로 하여금 더욱 신중한 정책 결정을 강요하고 있다.
아세안 정부들은 자신들의 통제 범위 내에서 회원국들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고 일상생활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옹-웹 펠로우는 각국 지도자들이 자급자족 능력 강화와 역내 연대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동남아 국가들이 에너지 공급 등 역내에서 필요한 자원들을 상호 간에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석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이 역내 다른 국가들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세부 정상회담은 단순히 중동 분쟁 대응을 넘어 아세안의 결속력과 역내 협력 체계를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역내 국가들 간의 상호 신뢰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분쟁과 도전 속에서도 비동맹 원칙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단합을 유지해왔다. 이번 회담에서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도출할 수 있다면, 이는 아세안의 위기 관리 능력과 역내 협력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결정들이 실제로 회원국들의 경제 안정성을 지킬 수 있을지는 국제 정세의 향방과 각국의 정책 실행력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