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항소심 재판장 판사 숨진 채 발견… 법관 업무 과부하 논란
김건희 항소심 재판장 신종오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법조계는 내란전담재판부법 도입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 부담과 정치적 사건 처리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항소심을 담당했던 신종오 서울고등법원 판사가 6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추락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있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죄송하다. 스스로 떠난다"는 간단한 내용만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와 법원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애도하면서 동시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들이 받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심리적 압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 판사는 지난달 28일 김씨의 이른바 3대 의혹 사건(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불법 여론조사, 금품 수수) 항소심 재판부인 형사15-2부의 재판장이었다. 해당 재판부는 1심 형량인 징역 1년 8개월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으며, 그라프 목걸이 몰수 및 추징도 명령했다. 특히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가담 혐의를 유죄로 뒤집었고, 통일교로부터 받은 샤넬가방 수수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주목할 점은 이 판결이 1심 선고일인 1월 28일로부터 정확히 3개월이 되는 날인 지난달 28일에 선고되었다는 것으로, 이는 특검법상 규정된 '1심 선고 3개월 내 항소심 선고' 조항을 엄격히 준수한 결과였다.
신 판사의 업무 부담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법을 도입하면서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가 내란 사건 전담재판부로 지정되자, 신 판사가 속한 형사15부가 형사1부의 사건을 모두 넘겨받게 되었다. 여기에 특검법상 재판 중계 규정이 적용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김씨 사건까지 추가되면서 재판부의 업무량이 급증했다. 신 판사는 어린이날 휴일인 5일에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법원에 출근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는 그가 얼마나 업무 부담을 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상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신 판사는 2001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울산지법, 서울서부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2014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로 부임했으며, 그 이후 대구고법,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를 거쳐 올해 2월 23일자로 현재의 서울고등법원에 발령받았다. 법조계 동료들은 신 판사를 "조용하고 성실하게 재판 업무에만 집중하던 분"이라고 회상했으며, "안타깝고 침통하다"는 애도의 말을 전했다.
법조계 내에서는 정치권의 과도한 압박이 법관들의 심리적 부담을 심화시켰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 판사는 "정치권에서 특검 사건 등 정치적 사건 진행이나 선고를 두고 법관들에 대한 과도한 심적 압박을 하기 일쑤"라며 "이런 관행이 재판을 진행하는 법관들에게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쉽게 타인에게 마음을 터놓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판사는 "법관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할 때 받는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 개별 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이것이 특정 판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보다는 누적된 업무 부담과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