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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린이날 도심 가득한 프랑켄슈타인 가면, 시설 아동의 절규

어린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고아권익연대가 프랑켄슈타인 행진을 개최해 시설 아동의 현실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집단 수용 체계 전환, 퇴소 후 자립 지원 확대, 학대 피해자 치료비 지원 등을 촉구했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서울역 광장에서 녹색 프랑켄슈타인 가면을 쓴 사람들이 거리 행진을 펼쳤다. 고아권익연대와 디올포원 등 단체 회원들이 주최한 '2026 프랑켄슈타인 행진'은 가정 밖에서 살아가는 아동들의 현실을 사회에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참가자들은 서울역에서 광화문 정부서울청사까지 행진하며 시설 아동 보호체계 개선과 퇴소 후 자립 지원 제도 확대를 촉구했다. 어린이날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이들이 직접 거리로 나온 것은 사회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한 메시지였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소설 속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창조자에게 버림받은 것처럼 고아들도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국가와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며 행진의 의도를 설명했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상징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시설 아동들의 정체성 자체가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메시지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는 1회 행진에서 제시한 요구사항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단체는 집단 수용 중심의 아동 보호체계 전환, 고아 증가를 유발하는 법과 제도 개선, 퇴소 후 자립 과정에서의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 진실화해위원회 3기에서의 아동보호시설 철저한 조사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행진에 참여한 시설 출신 청년들의 증언은 현장의 절박함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했다. 구세군서울후생원 출신 류승철(36)씨는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은 항상 가정 있는 아이들을 보며 부러워하곤 했다"며 시설 아동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언급했다. 그는 시설을 떠난 후 자립했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착금이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눈에 띄는 개선이 있었지만, 주거와 직업 지원 같은 근본적인 자립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집을 구하는 것이 여전히 매우 어렵다며 더욱 체계적인 주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던 제천영육아원 출신 피해자들도 이날 행진에 참가해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개선 필요성을 함께 증언했다. 당시 원장은 아동학대 혐의로 150만원 벌금형을 받고 원장직에서 물러났으나, 2023년 다시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학대 피해자들은 지난 2월 진실화해위원회에 재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중학생 때까지 이 시설에 있었던 백모(30)씨는 "원장이 남자아이들은 머리를 변기에 담그기도 하고, 나 같은 경우엔 독방에 들어가게 했다"며 과거의 학대 행위를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화장실 이용도 통제하고 성경책 필사를 강제했으며, 내보내달라고 호소하면 폭력을 행사했다고 떠올렸다.

피해자들은 책임자 처벌뿐만 아니라 시설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위한 치료비 지원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시설 아동학대를 당한 분들에 대한 치료비 지원도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학대의 트라우마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피해자 회복을 위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어린이날을 맞아 펼쳐진 프랑켄슈타인 행진은 시설 아동 보호체계의 근본적 개선, 퇴소 후 자립 지원의 강화, 과거 학대에 대한 책임 추궁과 피해자 치유 지원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