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긴장 속에서도 국제유가 하루 만에 하락 전환
호르무즈 해협 상황 개선으로 국제유가가 전날의 급등세에서 하락으로 돌아섰다. 브렌트유는 1.4%, 미국유는 3% 하락했으나, 정제 제품 부족과 지역별 공급 불균등이 심화되고 있어 향후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서도 국제 유가는 예상과 달리 하락세로 돌아섰다. 5일(현지시간) 일부 상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각각 6%, 4% 급등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는 시장 심리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7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112.72달러로 1.4% 하락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103.23달러에 거래되어 3% 내렸다. 다만 중동산 무르반 원유 선물은 107.45달러로 소폭 상승하며 지역별로 상이한 움직임을 보였다.
유가 변동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안전 상황 변화가 있다. 전날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선박을 격침시켰다고 발표하면서 긴장이 극도에 달했었다. 한국의 화물선도 화재 사고를 당해 피격 여부를 두고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머스크 라인 자회사인 패럴 라인이 운항하는 미국 국적 선박 얼라이언스 페어팩스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이는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지 않았으며, 국제 해운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치적 수위의 높아지는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 이란이 미국 선박을 공격할 경우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경한 경고를 했다. 반면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치적 위기에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며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을 언급하고 회담 진전을 강조했다. 이러한 상반된 메시지 속에서 시장은 단기적 군사 충돌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ING의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이 2~3주면 끝날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 대해 시장이 회의적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원유 재고 상황은 안정적이지만 정제 제품의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전 세계 원유 재고치가 101일치로 추산되지만, 5월 말에는 98일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비상사태 기준치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재고 감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우려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별 불균등한 분포로 인해 특정 지역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나프타와 액화석유가스(LPG), 항공유 등 정유 제품의 공급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석유화학 산업과 항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공급 부족 위험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정제 제품 공급량과 원유 재고량 기준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태국, 대만에서 제품 부족 위험이 특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석유 수입국들이며, 중동 지역의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공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 지역의 안정성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이다. 현재의 일시적 유가 하락이 지속될지, 아니면 재개될 긴장으로 인해 다시 급등할지는 향후 미국과 이란 간의 외교 협상 진행 상황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