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28년 만에 현대차 국내 판매량 처음 추월…전동화 전략 먹혀
기아가 4월 국내 판매량에서 현대차를 처음 추월하며 28년 만에 순위를 역전했다. 현대차의 부품공급사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과 기아의 전동화 전략 성공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판매량 순위가 처음으로 뒤바뀌었다. 기아가 지난 4월 국내 월간 판매량에서 현대차를 처음 추월하며 28년 만의 역사적 변화를 맞이했다. 1998년 현대차그룹으로 통합된 이후 항상 현대차 뒤에 머물렀던 기아가 이번 달 기록한 5만5108대(특수 차량 포함)는 현대차의 5만4051대를 1057대 앞지르며 순위 역전을 이루어냈다. 이는 단순한 수치 변화를 넘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구도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대차의 판매량 급감이 순위 역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지난달 현대차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9.9%나 급락한 반면, 기아는 7.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의 부진은 주로 부품 공급 차질에서 비롯되었다. 현대차의 주요 부품공급사인 대전 안전공업에서 지난 3월 발생한 화재로 인해 내연차 엔진 밸브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이는 팰리세이드와 G80 등 현대차의 주력 차종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력사의 부품 수급 차질이 판매 실적 감소의 주요 요인임을 인정하면서도 신차 대기 수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아의 성공은 단순히 현대차의 부진을 틈탄 것만은 아니다. 기아가 추진 중인 전동화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히 목적기반 모빌리티인 'PV5'와 전기 승용 모델인 'EV3', 'EV5' 등이 국내 시장에서 골고루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아가 전동화 시대에 대한 준비를 충실히 해온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기아의 대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셀토스'는 지난달 기준 출시 7년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200만대를 돌파했으며, 이는 기아의 SUV 모델 중 최단 기록이다. 셀토스는 국내뿐 아니라 북미와 중남미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균형 잡힌 판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기아가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기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탄탄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의 차종을 고루 갖춤으로써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해외 시장의 상황은 국내와 다르다. 지난달 현대차의 해외 판매량은 27만1538대로 기아의 22만2080대를 여전히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합계 판매량은 15만9216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해 4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를 앞두고 발생했던 선행 구매 수요가 기저효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친환경차 시장에서는 두 회사 모두 선전했다. 미국에서 판매된 친환경차는 총 4만8425대로 하이브리드차 월간 판매량이 4만1239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만1713대로 전년 대비 47.7% 증가했고, 기아는 1만9526대로 70% 급증하며 전동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순위 역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보다는 시장 구도의 변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의 부품 공급 차질이 해소되면 다시 판매량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기아의 전동화 전략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향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기아가 얼마나 이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지가 향후 판매량 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