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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V 사업 구조 대변신…마케팅 전문가 이원진 신임 수장 임명

삼성전자가 마케팅 전문가 이원진 사장을 TV 사업부(VD) 신임 수장으로 임명했다. 20년간 이어온 기술 중심 경영을 플랫폼·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화로, TV 사업을 제조업에서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20년 이상 이어온 TV 사업의 경영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4일 삼성전자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VD) 신임 수장으로 마케팅과 서비스 분야의 전문가인 이원진 사장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장은 서비스 비즈니스팀장도 겸임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기술 중심으로 운영해온 TV 사업을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기술통 출신 경영진 중심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수장을 교체한 것은 사업 구조 자체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선택을 결단한 배경에는 TV 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현재 TV의 화질은 8K를 넘어서며 인간의 육안으로는 화질 차이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화면 크기도 거실 벽면을 완전히 채울 정도로 커져 물리적 한계에 다다랐다. 하드웨어의 기술 경쟁이 더 이상 의미 있는 차별화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때 삼성전자가 경쟁사를 압도했던 기술력 기반의 시장 지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빠른 추격도 삼성전자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제조사들이 놀라운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히면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수익성 악화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지난해 영상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 사업부에서만 연간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한국이 주도해온 초격차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신임 수장으로 임명된 이원진 사장은 구글 출신의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2014년 삼성전자 VD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된 후 2021년 사장단에 합류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3년 말 상담역으로 물러났으나 1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최근에는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아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삼성TV플러스'를 핵심 수익원으로 안착시킨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이 사장이 글로벌 IT 기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온라인 비즈니스를 주도하며 사업 체질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삼성 TV 사업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콘텐츠'와 '플랫폼'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 거실에 보급된 수억 대의 삼성 스마트 TV를 단순한 제품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하드웨어 판매 시점의 일회성 이익에 의존하는 대신, 사용자가 TV를 시청하는 동안 발생하는 광고 수익과 콘텐츠 구독료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가 삼성 TV가 제조업의 정점에서 내려와 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2006년 '보르도 TV' 이후 20년간 이어져 온 하드웨어 성공 방정식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VD 사업부에 대한 그룹 차원의 고강도 경영진단 이후 단행되는 인적 쇄신의 결정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수익성이 낮은 가전 라인을 정리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전면적인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원진 사장이 기존에 맡고 있던 글로벌마케팅실은 폐지되지만 산하의 각 센터는 DX부문 직속으로 재편된다. 한편 사업부를 이끌던 기존 용석우 사장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보좌역으로 이동해 일선에서 물러난다. 용 사장은 향후 자신의 연구개발 전문성을 살려 인공지능과 로봇 등 삼성의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