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유가 급등, 뉴욕증시 혼조 속 기술주는 약세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며 급등한 가운데, 4일 뉴욕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S&P500과 나스닥은 상승했으나 다우지수는 하락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채 수익률도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4일 뉴욕증시는 개장 초반 하락으로 출발했다가 이후 부분적인 상승으로 돌아서며 혼조세를 보였다. 중동에서 미국 함정 피격 의혹과 한국 선박의 화재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강한 기업 실적과 인공지능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전망이 증시를 일부 떠받치며 극단적인 하락은 피했다.
이날 미국 주요 지수들은 엇갈린 움직임을 보였다. S&P500은 개장 직후 0.1% 하락으로 시작했으나 동부 시간 오전 10시 30분에는 0.15% 상승으로 전환됐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0.17% 올랐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14% 하락하며 약세를 유지했다. 이러한 혼조세는 시장이 중동 사태의 심각성을 가늠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한편으로는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우려를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경제의 기본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판단 사이에서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는 중동 긴장의 심화를 반영하여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2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올랐으며,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2.4% 이상 상승하여 배럴당 110달러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가의 급등은 단순히 에너지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유가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금 시장에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5베이시스포인트(bp) 상승한 4.42%를 기록했으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되었다.
중동 상황의 악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 발표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이란과 무관한 국가들의 화물선들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호위하겠다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발표했으며, 이 계획이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화물선 호위 경로나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 계획이 시작되기로 한 첫 날, 이란 국영 영어 매체인 프레스TV는 호르무즈 해협에 접근하던 미국 군함이 이란의 미사일에 피격된 후 회항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 중부사령부는 X를 통해 미 해군 함정이 공격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한국의 화물선 한 척도 피격 또는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국제 해운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현 상황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웰스파고 투자 연구소의 대럴 크론크는 "당분간 갈등이 완화되더라도 에너지 가격, 산업 활동,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 같은 영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반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전략가 나이젤 터퍼는 중동 정세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1분기 기업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증시가 앞으로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울프 리서치의 최고 투자 전략가 크리스 세니엑은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의 견조한 실적을 근거로 인공지능이 시장에서 가장 지배적인 테마로 남을 것이며, 투자자들이 반도체와 메모리 등 유망 기술 기업을 계속 추격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별 주식 시장에서는 기술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 대부분이 소폭 하락했으며, 이는 중동 긴장에 따른 경제 전망 악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8% 가까이 급등했으며, TSMC의 미국주식예탁증권(ADR)도 1.3% 상승하며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였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주말의 8만 달러 근처에서 소폭 하락하여 78,775.98달러에 거래되었고, 이더리움은 0.3% 상승한 2,335.43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개별 종목들의 엇갈린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사이에서 신중한 포지션 조정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