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외하면 제자리걸음···제조업 양극화 심화
1분기 한국경제가 3.0% 성장했으나 반도체 제외 시 제조업은 0.2%에 그쳤다. 반도체와 금융 등 특정 산업 중심의 성장으로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장기적 고용 불안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동 분쟁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1분기 한국경제가 예상 외의 성장을 기록했지만, 그 성과가 반도체 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3.0% 증가하며 2020년 4분기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의 대부분이 반도체 산업 덕분이며,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 부문은 실질적으로 거의 성장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경제 성장을 얼마나 주도하고 있는지는 수치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1분기 반도체 생산은 전 분기 대비 14.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2023년 2분기의 19.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고작 0.2%에 그쳤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반도체 제외 제조업 생산이 각각 0.2%, 0.5% 감소하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조업 전반의 체질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업도 업종 간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자산 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금융·보험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4.7% 증가하며 2022년 3분기 이후 14분기 만에 최대폭으로 성장했다. 이는 주가 상승과 부동산 시장의 회복으로 금융권이 호황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일반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업은 정반대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숙박·음식점업은 1.3% 감소하며 2024년 3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도 3.2% 줄어들었다. 이는 내수 경기 부진이 서비스업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광공업 지표를 통해 산업 전반의 활기를 측정하는 '생산확산지수'도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지수는 2월 47.9로 떨어진 뒤 3월까지 기준치 50을 밑돌았다. 지수가 기준치보다 낮다는 것은 생산이 줄어든 업종이 늘어난 업종보다 더 많다는 의미로, 산업 전반에 활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는 반도체와 금융 같은 특정 산업의 호황이 전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양대 경영대학 강창모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기술·자본 집약적이고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생산과 수출이 늘어도 국내 고용이나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는 데 제약이 있다"며 "고부가가치 산업과 생활밀착형 서비스업 간의 생산성 격차는 장기적으로 임금과 고용 안정성의 양극화로 고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중산층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경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강 교수는 "반도체 성과가 소재·부품·장비와 인공지능 응용 산업 등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도록 구조를 개선하고, 디지털 전환·직업훈련·돌봄·의료·교육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반도체라는 '한 마리 황금알 거위'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의 균형잡힌 성장을 추구해야만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