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노조, M&A 결정권까지 요구…경영진과 충돌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전면 파업 중 M&A 결정 시 노조의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는 단체협약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시행된 노란봉투법의 영향으로 경영권까지 침해하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평가되며, 임금 협상에서도 회사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전면 파업에서 기업 인수합병(M&A) 결정 시 노조의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는 단체협약 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임금·근로조건 협상을 넘어 경영진의 핵심 의사결정권까지 침해하는 요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바이오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조는 단체협약 개정안에 기업 분할, M&A, 양도·정리·업종전환, 도급·외주 발주 시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회사에 요구했다.
노조의 이러한 요구는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의 영향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쟁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사업 통폐합 등을 쟁의 대상에 포함시켰는데, 노조가 이를 근거로 경영 권한의 범위를 더 넓게 해석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한 노무법인 대표는 "과거에는 단협에 M&A 시 노조의 사전 동의 조항이 있어도 실제 효력이 없었다"며 "법원이 이를 노사 협의 대상이 아닌 본질적으로 경영진의 권한으로 판결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사업 통폐합 등을 쟁의 대상에 포함하면서 법적 근거가 생겼고, 노조가 이를 염두에 두고 권한을 폭넓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요구는 임금 협상에서도 회사와 큰 간격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임금 14% 인상과 격려금 30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임금 6.2% 인상과 격려금 600만원 지급을 제안했다. 임금 인상률에서 약 8%포인트의 차이가 나고, 격려금에서는 2400만원의 격차가 있다. 이 외에도 노조는 성과 배분, 채용, 인력 배치 등 주요 인사 결정 사항들까지 노조의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어 협상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경제계와 경영진 측에서는 이러한 노조의 요구가 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M&A나 주요 인력 배치 같은 전략적 경영 결정까지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미래 성장을 위한 중요한 경영적 판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처럼 빠른 기술 변화와 글로벌 경쟁이 심한 분야에서는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기업 생존의 핵심 요소인 만큼 노조의 요구가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 하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노사정 간담회에 해외여행으로 불참했으나, 이번 협상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금 협상과 경영권 침해 요구 사이의 간격이 큰 만큼 합의에 도달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조 측은 기자의 여러 차례 유선 접촉 시도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협상의 경직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분쟁의 결과는 국내 노사관계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어 관련 업계와 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