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산업 전환, 노사 합의 무산…보호 방안 갈등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서 노사가 AI 시대 산업 전환의 중요성에는 공감했으나, 근로시간 유연화와 성과 배분을 둘러싼 입장 차로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합의 불참으로 공동선언문 서명으로만 마무리됐다.
국회가 주도한 사회적 대화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산업 전환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노사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노동자 보호 방안을 둘러싼 입장 차로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 사회적 대화 태스크포스는 지난해 6월부터 약 9개월간 진행한 논의 결과를 지난달 29일 공개했으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노사 5개 단체가 참여했다.
AI 확산이 산업 구조와 고용 형태를 동시에 변화시키는 전환기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이번 대화에서 노사는 기술 도입이 단순한 생산성 문제를 넘어 직무 변화, 고용 불안, 산업 격차를 확대하는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임금이나 노사 갈등보다 인력 활용의 비효율성, 기술 도입 과정에서의 혼선, 대·중소기업 간 격차 등 구조적 문제가 신산업 경쟁력을 제약한다는 인식에도 공감했다. 이는 AI 시대를 맞아 노사가 처음으로 산업 전환을 공동의 과제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지난 3월 공개한 잠정 합의안에는 인력 재교육, 데이터 활용과 신뢰 확립, 기술 도입에 따른 직무 변화 대응, 연구개발 제도 개선, 산업 생태계 기반 강화, AI 활용의 윤리 기반 확립 등 6대 과제가 담겼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 이행 기준을 정리한 합의라기보다 필요한 방향을 제시한 원칙 수준에 가까웠다. 직무 변화 대응의 경우 정보 공유와 협의,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노동자 참여 방식이나 기업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지는 못했다. 이는 원칙적 합의와 실제 이행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합의 불발의 핵심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였다. 경영계는 유연한 근로시간 운용이 신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이것이 장시간 노동과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산성 향상에 따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노사 간 견해차가 컸다. 민주노총은 최종 합의문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산업 경쟁력 강화에 비해 노동 조건 보호와 고용 불안 대응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음을 밝혔다. 특히 직무 전환, 노동 시간, 데이터 활용 등에서 노동자 권리와 기업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노사 단체는 사회적 대화를 지속하자는 취지의 공동선언문에만 서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공동선언문은 국회 사회적 대화의 혁신적 의미와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향후 진지하게 대화를 지속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다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의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의제는 노동계가 수용하면서 부분적인 진전이 있었다. 국회는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화 기구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후속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