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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항공 34년 역사 막내려...정부 구제 협상 결렬로 운영 중단

34년 역사의 미국 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이 정부 구제금융 협상 결렬로 토요일 새벽 운영을 중단했다. 정부의 최대 5억 달러 구제안을 채권자들이 거부하면서 폐업이 결정됐으며, 1만 7,000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스피릿항공 34년 역사 막내려...정부 구제 협상 결렬로 운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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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가항공사 스피릿항공이 34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스피릿항공은 미국 동부시간 토요일 새벽 3시를 기해 모든 운영을 중단했다. 정부의 구제금융 협상이 최종 단계에서 결렬되면서 결국 폐업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상무부는 최대 5억 달러(약 6,500억 원)의 구제금융 안을 제시했지만, 항공사의 채권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완전히 결렬되었다. 호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은 데이브 데이비스 스피릿항공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으며 채권자들과 정부 간의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스피릿항공은 미국 전역과 카리브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저가 항공 여행을 대중화시킨 항공사였다. 밝은 노란색 비행기로 유명한 이 항공사는 수백만 명의 승객들에게 저렴한 항공 운임을 제공해왔다. 폐업 직전까지 스피릿항공은 하루에 5만 명이 넘는 승객을 운송했으며, 페루까지 노선을 확대하는 등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결국 이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스피릿항공의 폐업으로 직간접 고용인력 1만 7,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한 항공사의 폐업을 넘어 미국 항공 산업과 수천 개 가정에 큰 타격을 주는 사건이 되었다.

폐업이 임박한 금요일 오후, 볼티모어워싱턴국제공항에서는 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45세의 에어컨 설치 기술자 제레미아 버턴은 평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는 날이었다. 그는 온라인에서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검색해 약 500달러(약 65만 원)에 표를 구입했고, 딸과 새로 태어난 쌍둥이 손주들을 만나기 위해 뉴올리언스로 향하려 했다. 귀로는 5월 6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버턴 같은 승객들이 스피릿항공을 이용한 이유는 단순했다. 저렴한 운임이었다. 스피�트항공은 목요일부터 국제선 운항을 취소해 승객, 항공기, 승무원들이 해외에 발발리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는 폐업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토요일 새벽, 스피릿항공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는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붉게 띄워졌다. "고객님께: 모든 항공편이 취소되었으며 고객 서비스는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표시되었다. 뉴욕 라과르디아공항의 해양항공터미널은 정오가 되자 거의 무인지경이 되었다. 1940년에 개설되어 팬아메리칸항공의 클리퍼기를 운항하던 이 시설은 최근까지 스피릿항공의 거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텅 빈 터미널만 남았다. 공항 내 카페 체인점 시보익스프레스는 손님이 없어 반나절 일찍 문을 닫았다. 스피릿항공의 노란색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에는 "스피릿항공이 전 세계 운영을 중단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떴다. 키오스크 하단에는 "34년간 친구와 가족을 더 가깝게 이어주는 영광을 누렸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음 단계를 안내하는 큐알코드가 표시되어 있었다.

스피릿항공의 폐업으로 인한 여파는 즉각적이었다. 유나이티드항공, 프론티어항공, 아메리칸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제트블루항공 등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이들 항공사는 스피릿항공 승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운임을 인상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유나이티드항공만 해도 토요일 하루 동안 약 1만 4,000명의 스피릿항공 승객이 유나이티드 항공권을 예매했다. 제트블루항공은 스피릿항공의 주요 거점이었던 포트로더데일 공항에서 콜롬비아의 칼리부터 테네시 주의 내슈빌까지 새로운 노선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스피릿항공의 폐업으로 인한 시장의 공백을 메우려는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스피릿항공이 남긴 유산은 저가 항공 여행의 대중화였지만, 그 뒤를 이을 수 있는 항공사가 얼마나 많은 승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