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조 국민연금, 자산별 부문장 체계 도입 논의 재점화
국민연금이 1600조원 규모에 도달하면서 기금운용본부에 자산군별 부문장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점화되고 있다. 2023년 외부 용역에서 제시된 개편안이 실행되지 못했으나, 글로벌 투자 확대와 조직 효율성 강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재검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립금 1600조원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금운용 조직 구조의 대폭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최고투자책임자(CIO) 1인이 10여 개 하부 조직을 직접 관리하는 체계로는 급증한 기금 규모와 복잡해진 글로벌 투자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및 대체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자산군별로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분리하는 조직 재설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23년 국민연금공단은 글로벌 컨설팅 업체 윌리스타워스왓슨(WTW)에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구조와 인력 규모 재검토를 의뢰했다. WTW는 최고투자책임자 아래 주식부문장, 채권부문장, 대체투자부문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실(室) 단위 조직만으로는 고도화되는 자산 배분 체계와 해외·대체투자 확대 추세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산군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CIO에게 집중된 판단 부담을 분산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안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개편안은 실제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6월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 '기금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 인프라 개선방안'에는 해외사무소 확대, 운용 인력 보강, 보수체계 개선 등 일부 제언만 반영됐다. 자산군별 부문장 신설안은 최종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기금운용본부의 기본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현상 유지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조직 개편을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조직인 만큼 조직 확대와 직제 조정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등 여러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 내외부에서는 자산군별 부문장 체계 도입을 재검토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간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해왔다. 해외 및 대체투자는 전통 자산 대비 투자 검토, 사후 관리, 법률·세무 검토, 리스크 관리 등에서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자산군별 책임 구조를 갖추고 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CIO 아래 액티브주식, 사모투자, 신용투자, 실물자산 등 자산군별 담당자를 배치했다. 싱가포르투자청(GIC)도 공모주식, 채권·멀티에셋, 사모투자, 인프라, 부동산 등 자산군별로 별도 조직을 운영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금 수익률을 높이고 글로벌 투자와 자산 다변화를 추진하려면 이에 맞는 조직 구조가 필수적"이라며 "운용 방향이 분명해질수록 관련 조직 개편 논의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이미 1600조원을 초과한 만큼 조직 개편 논의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년 외부 용역에서 제시된 방향이 향후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시 연구용역에서 나온 여러 제언 중 하나일 뿐 정부 차원의 공식 검토 조직 개편안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기금운용 조직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