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검토 중...미국 요청에 신중한 입장
일본 정부가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 대해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으로 인해 일본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일 정상회담에서 공식 요청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 대해 신중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일본 정부로서 필요한 대응을 할 방법을 현재 검토 중"이라며 "(미국 측에서) 아직 요구하지 않아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본은 법률 범위 안에서 일본과 관계있는 선박과 승무원의 생명을 어떻게 보호할지, 무엇이 가능할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하며 미국의 요청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호르무즈해협 군함 지원을 직접 요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법적 근거 문제다. 일본은 '존립 위기 사태'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이나 '중요 영향 사태'에 따라 다른 나라 군대에 후방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안보 관련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적인 법적 장애물이 존재한다. 지원 대상 국가가 선제 공격 등으로 국제법을 위반했다면 일본의 안보 관련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의 군부 지도자 살해 이후 이란이 미사일 공격으로 보복했던 상황을 놓고 일부 국제법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국제법상 평가를 유보하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처한 외교적 딜레마는 과거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은 이란과의 대립이 심화했던 2019년에도 민간 선박 호위를 위해 일본에 '호위 연합'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은 미국의 직접적인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 자위대법을 근거로 호위함을 근해에 파견해 정보 수집 활동에 나서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전통적 우방국인 이란과의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한 외교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당시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란 정세는 당시보다 더 혼란해져 일본이 외교력을 발휘할 여지는 좁아졌다"며 "일본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간의 실무 협의도 진행 중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전날 밤 약 30분간 전화로 회담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호르무즈해협을 비롯한 중동 정세의 최근 현황과 전망을 설명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호르무즈해협을 포함한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매우 중요하며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과 함께 의사소통을 잘해나가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군함 파견 문제가 직접적으로 논의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협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신중한 입장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 중동 지역의 에너지 안보, 그리고 국제법 준수라는 세 가지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한 "법률 범위 안에서"라는 표현은 일본이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법적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향후 미·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가 중동 정세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안보 환경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