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에 일본 총리 '딜레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외교적 난제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원유 의존도와 안보법제 개정을 고려할 때 파병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국내에서는 신중한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동 파병 문제로 외교적 난제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일본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받을 압박이 예상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이란 전쟁 파병과 관련해 특정 국가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19일 워싱턴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파병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와 2015년 개정된 안보법제를 고려할 때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도 제시되고 있다.
국제 전략 분석 기관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아시아그룹의 크리스토퍼 존스턴 파트너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시절인 2015년 일본이 '존립 위기 사태' 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도록 안보법제를 정비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중동산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감안하면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타운대의 데니스 와일더 선임연구원도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 재건 및 인도적 지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위대 병력을 파견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다만 그는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자위대가 실제 전투 작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파병할 경우 여러 법적 명분이 검토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존립 위기 사태로 판단하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옵션으로는 이를 '중요 영향 사태' 또는 '국제평화 공동 대처 사태'로 규정해 후방 지원 작전에만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법적 명분의 선택에 따라 자위대의 역할 범위와 위험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투 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와 후방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는 자위대 인력의 안전성과 국내 정치적 파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일본 정부는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법적 해석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공격당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국 정부는 일본에 '국제해양안보구상'에 참여해 선박 호위 임무를 수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요청을 직접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자위대법상 '조사·연구' 명목으로 호위함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호위함이 공격을 받으면 일종의 경찰권인 '해상 경비 행동'을 발령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법적으로는 전투 작전이 아니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절충안이었다.
일본 국내에서는 자위대 파병에 대한 신중한 입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인 고바야시 다카유키는 15일 NHK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를 위한 자위대 파병에 대해 '허들이 매우 높다'며 '신중히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 정부 내에서도 파병 문제가 단순한 외교 결정이 아니라 헌법 해석, 국방 정책, 국내 여론 등 여러 복잡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임을 시사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강한 요청과 국내의 신중한 의견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여 있다. 향후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가 일본의 중동 정책과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