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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국익과 안전 사이의 '형량' 필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있지만 높은 군사적 위험도를 고려해 국익과 안전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국익과 안전 사이의 '형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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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적 선택이 시험받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사실상의 군사적 부담을 함께 질 것을 촉구했다.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 유지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우리 장병들의 안전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과제가 한국 정부 앞에 놓여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요충지다. 월 3000척 이상의 선박이 통과하며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의 20% 이상이 이곳을 거쳐간다. 특히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 페르시아만에 우리 선박 26척이 정박해 있어 이 지역의 안정성이 직결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이 단절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선박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의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군사적 특성은 파병 결정을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9km에 불과하고 대형 유조선이 운항하는 수역은 10km 정도로 제한되어 있어, 이란의 드론, 기뢰, 미사일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도 이 지역을 다수의 미군 사상자를 초래할 수 있는 '죽음의 상자'로 표현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우리 군이 이러한 고위험 지역에 파견될 경우 의도하지 않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는 국내 정치적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다른 동맹국들도 즉각적인 파병 결정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분쟁이 진정된 이후에 유조선 호위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미국의 요구가 얼마나 부담스러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국제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우리만의 전략적 판단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들이 존재한다. 2020년 미국·이란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청해부대는 아덴만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작전 영역을 확대하되, 한국 선박 호위에만 집중하는 독자 작전을 펼쳤다. 이를 통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적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미국의 전투병 파견 요구에 대해 자이툰 부대를 아르빌 지역의 재건과 치안 중심으로 파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이익과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 국제 공조의 필요성, 그리고 국익과 국민 안전 사이에서 신중한 '형량'을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가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동시에 참여 시기, 작전 범위,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중동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군사적 표적이 되는 상황을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다. 국제 관계의 복잡성 속에서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현명한 외교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