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환율·금리 동반 상승…'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이 환율과 금리를 동반 상승시키며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국채 금리도 오르고 있어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양상을 경고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서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서민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등이 가장 먼저 환율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13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14달러로 마감하며 약 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같은 날 야간거래에서 전날보다 26.3원 급등한 1497.5원에 마감했으며, 장중에는 1500.9원까지 올라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기준 환율 일일 변동폭은 14.24원으로 2010년 5월 이후 약 16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 분석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의 절하율은 3.84%로 일본 엔(-2.39%)과 대만 달러(-2.43%)보다도 높아, 한국 경제가 이번 위기에 더욱 취약한 상황임을 시사한다.
금리 시장도 유가 상승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일 연 3.338%로 마감하며 지난 9일 이후 4거래일 만에 3.3%선을 넘겼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도 미국·이란 전쟁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일반인의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4개월 만에 100을 넘기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도 작용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국제유가 상승세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이달 평균 가격이 100달러, 연말에는 7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전쟁 장기화로 2개월간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연말 유가가 93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며 당시에도 유가가 1년 새 2배 오르고 신용 관련 우려가 있었다며 현 상황을 '불길한 징조'라고 표현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닌 구조적 위기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오르면서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급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전쟁 장기화로 환율은 1500원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시중금리도 추경 등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가 높아지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환율·유가가 뛰면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해 소비가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악의 순환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가계 부채 문제와 맞물려 금융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