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47달러 돌파 가능성…호르무즈 봉쇄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심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심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 유가는 100달러대로 상승했으며, 원유 공급량은 하루 120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공격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제 유가는 지난달 28일 공습 이후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쟁 시작 후 각각 42%, 47% 급등한 상태다. 이는 단순한 유가 변동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에 미칠 충격이 상당함을 의미한다.
RBC캐피털은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3~4주 내 배럴당 128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준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기록했던 유가 수준과 맞먹는 수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상황이 악화할 경우의 시나리오인데, RBC캐피털은 유가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상 최고치인 14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도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경우 유가가 2008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 투자은행의 분석은 현재의 공급 차질이 단기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 차질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JP모간은 보고서를 통해 다음주까지 원유 공급 감소량이 하루 12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시장이 디젤,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등의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현재 하루 60만 배럴로 급감했는데, 이는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900만 배럴과 비교하면 극적인 감소다. 이 같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한다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석유 기업들은 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수익 기회를 맞이했다. 제프리스 분석 결과 미국 석유 기업은 이달 한 달만 약 50억달러의 추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며,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할 경우 미국 석유 기업이 약 634억달러의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예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2일 SNS를 통해 "미국은 단연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라며 "유가가 상승하면 우리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현 정부가 에너지 가격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석유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 사업 비중이 낮은 미국 셰일 기업에는 현재 상황이 유리하지만, 다국적 석유 기업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엑슨모빌은 중동 정세 불안에 가장 크게 노출된 기업으로 꼽히는데, 올해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서 발생할 예상 현금흐름의 20% 이상을 중동 사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개별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극명한 수익성 차이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는 단순한 유가 급등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향후 몇 주의 중동 정세 전개에 따라 국제 유가는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변동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어 각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